MB 국민-박근혜 국민 따로 있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04 15: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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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생각하는 국민은 서로 다른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국민은 일반 대중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다만 이런 저런 정황에 비추어 봤을 때, 그가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래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국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 그는 최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의 조찬회동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해 "여론 수렴을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아마도 이런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그는 세종시 문제에 관한한 국민들이 결국 자신의 뜻에 따라 ‘수정추진’에 동의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여론 수렴을 서두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국민 여론은 ‘원안추진’ 쪽으로 결론을 낸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4일 발표한 세종시 추진 방향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안 추진’이 41.2%, ‘기업 및 교육과학도시로 수정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30%로 조사됐다. 원안추진이 무려 11.2%p 많은 수치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서울시장 출신의 이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서울시민들도 원안추진 의견이 44.4%로 수정 추진 32.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라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은 국민이 지지한다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되, 반대 여론이 높다면 굳이 국가적 혼란을 자초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와 있는데도, 여전히 ‘국민’을 들먹이고 있으니, 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사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대운하 추진 당시에도 일반 대중의 반대에 부딪히자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엉뚱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일반 대중의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도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국민들은 결코 자신의 일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기껏 강을 정비하는 사업에 무려 3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그런 의구심을 가질만하지 않는가.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그리고 국민이 반대하는 데에도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며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가 아닌가.

더구나 한나라당 수석당원이면서도 당론인 ‘원안추진’을 반대하는 것은 해당행위가 아닌가.

지금 박근혜 전 대표 지지펜클럽인 ‘박사모’에서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고하는 글이 올라와 있는데, 자진탈당 할 의사는 없는가.

그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反) MB 정서’로 인해 한나라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를 방지할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르는데,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한나라당을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진정 일반대중을 ‘국민’이라고 생각하다면, 현재 여권 내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국민의사에 반하는 모든 음모들을 즉각 중단하라.

여권 친이 핵심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개헌논의가 그렇고, 정운찬 총리와 핵심 친이 인사들에 의해 부각된 세종시 논의 또한 국민들은 특정인을 견제하기 위한 음모로 보고 있다.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이나 박근혜 전 대표가 생각하는 국민이 서로 다르지 않다면, 두 사람이 가는 길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길이 다르다면, 둘 중 하나는 국민이라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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