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與 ‘신영철 일병 구하기’ 추하다

민장홍 기자 / / 기사승인 : 2009-11-10 17: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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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무소속 등 무려 106명의 국회의원들이 최근 신영철 대법관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10일 오전 한나라당은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 의사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다”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거대여당이 이른바 ‘신영철 일병 구하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법원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한나라당은 이것을 표결에 붙이는 의사일정에 합의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탄핵사유로 들고 있는 내용은 신영철 대법관이 되기 이전의 행위들이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발의는 법률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손범규 원내부대표는 “신영철 대법관의 당시 사법행정권의 행사는 당연히 행사해야 되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사법부가 재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도 하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해야 되는 것이 국회고, 또 정치권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요즘처럼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대법관의 탄핵을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판결을 유도하려는 검은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여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참 재미있는 주장이다.

마치 헌법재판소가 최근 미디어법 관련 유효판결을 할 때 ‘3권 분립’이니 ‘입법부의 독립’이니 운운하는 것과 너무나 닮았다.

3권 분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입법부의 일에 사법부가 관여하는 게 옳지 못하다는 헌재의 판단이나,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기 때문에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를 입법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나 어쩜 그리도 빼다 박은 듯 닮았을까?

하지만 둘 다 틀렸다.

3권을 독립시킨 것은 입법부의 일은 입법부가 알아서 판단하고, 사법부의 일은 사법부가 알아서 전횡을 하든지 말든지 멋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입법부는 사법부를, 또 사법부는 입법부를 철저하게 견제하는 게 맞다. 그게 3권분립의 올바른 정신이다.

한나라당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 의사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다고 밝힌 것은 민주당의 지적처럼 입법부 스스로가 헌법 파괴에 동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신영철 대법관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하는가 하면, 수차례나 형사 단독판사에게 형사재판 운영을 지시하고,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하는 등 촛불재판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람이다.

이는 헌법을 수호하고 법집행에 앞장서야할 대법관이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권을 명백히 유린한 것 아니겠는가.
특히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에 대한 판결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판결이 나올 때에는 그가 부심 판사로 끼어 있었다.

특히 신영철 대법관은 촛불집회 사건 관여 사실이 드러나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까지 받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를 “탄핵할 사유가 아니다”라며 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정말 역겹다.
혹시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헌재가 한나라당 손을 들어주고,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사법부의 편이 되어 주기로 은밀하게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는데, 9일 오전 10시부터 72시간 내에 본회의로 표결을 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그 시간까지 버티기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오산이다.

만일 이번에 한나라당이 ‘사법부의 정의를 지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끝내 외면할 경우, 한나라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과 각종 재.보궐선거 등 계속되는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을 구하든, 한나라당을 구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들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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