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진수희냐, 전여옥이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12 15:30: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1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장광근 사무총장이 ‘공식적인 당무보고’라며 “돌아오는 11월18일 창당 12주년 기념 및 제8차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창당 12주년을 맞아 전국위원회를 여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전국위원회 개최 목적이다.

장 총장은 “잘 아시는 대로 박희태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정몽준 대표의 대표직 승계로 한 석의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어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전국위원회”라고 그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다.

즉 전국위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 11월18일 창당 12년 기념식을 함께 겸해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9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고 최고위 보궐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최병국 의원을 선정하고, 위원들로는 경기 성남의 신영수 의원과 비례대표인 김금례 의원, 김동완 제주갑 당협위원장, 이수희 서울 강북을 당협위원장 등 4명을 임명한 바 있다. 한마디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빠른 속도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참 요상하다.

이번에 선출되는 최고위원은 그가 누구든 임기가 채 1년도 안 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 실시되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어야 7개월짜리다. 만일 내년 2월이나 3월에 조기전당대회가 실시된다면 이번 전국위원회에서 선출되는 최고위원의 수명은 고작 3개월이나 4개월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최고위원 선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사실상 ‘친이 중진 모임’이라고 할 정도로 친이계 일색이다. 친박계는 허태열 최고위원 한 사람 뿐이다. 그런데 친이 최고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 이른바 ‘안성골프장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일신상 변화로 인해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고작 7개월짜리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서두르는 것은 혹시 이런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가 핵심 ‘이재오계’ 최고위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쩌면 그의 빈 공간을 메워 줄 새로운 ‘이재오계’ 최고위원이 이번 전국위원회에서 탄생할지도 모른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친이 후보들의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역할을 할 ‘일회용 최고위원’에 그칠 것이다.

실제 이같은 소식이 국회 정치부 기자들에게 전해지자 우리 정치부기자들이 “이번 7개월짜리 최고위원은 진수희냐, 전여옥이냐”하고 농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진수희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이재오계 인사이고, 전여옥 의원은 비록 정몽준계 인사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최근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당시 이재오계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어쩌면 정치부 기자들은 그들이야 말로 ‘일회용 최고위원’의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하고, 결국 한나라당을 계속 자신들의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친이’ 의도가 반영된 보궐선거라는 의구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어느 누가 어느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원 및 대의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의원 및 광역·기초 의원 재선거 및 보궐선거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가.

실제 한나라당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재선거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거에서 2위 득표를 한 후보가 소속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가 자동 승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물며 최고위원을 굳이 보궐선거로 선출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그것도 길어야 7개월 정도고, 짧으면 3~4개월이 될 수도 있는 최고위원을 선출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꼼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