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세종시, 시한폭탄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23 14: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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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그렇다면 전경련이 왜 나서죠?”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최근 정부 측 관계자가 “토지가격이라든가 부지확보 문제, 이런 것들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기업 입장에서 굳이 정부에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종시로)갈 수 있는 여건은 돼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23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즉 정부의 주장대로 기업들이 자청해서 세종시로 내려갈 정도라면 굳이 전경련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따라서 정부와 기업간 뭔가 은밀한 거래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그렇다면 그 은밀한 거래라는 게 대체 뭘까?

이한구 의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세종시로 내려가는 기업에 정부가 특혜를 약속했을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정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겉으로는 일단 호응하는 척 하지만 실제는 시간을 질질 끌면서 시간벌기를 하고 있거나, 정부의 뜻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다.

그러면서 이한구 의원은 “기업들도 아마 죽을 맛일 거”라며 “대표적인 관치경제의 한 모양이 되지 않을까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죽을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부의 뜻에 호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정부의 특혜 약속 때문이라기보다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는 것.

어쩌면 둘 다 해당될지도 모른다. 한 손에는 ‘특혜’라는 ‘당근’을, 또 한 손에는 ‘기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살얼음 같은 ‘채찍’을 가지고 기업들을 세종시로 내려 보내려 획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우선 특혜를 약속했다면 세종시로 내려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기업들로 하여금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로 우파정권의 앞날에 크나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국토균형발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혁신도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이전하기로 했던 공기업들마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대구 쪽으로 오겠다고 하는 기업체들 중에서 좀 더 기다려보자 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대구가 십 몇 년 동안 완전히 소외됐다가 얼마 전부터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이런 거 인정을 받아서 기업유치 시작하는 판인데 초장부터 타격을 받는다 하는 생각을 지금 갖고 있다”고 한탄했다.

대구만 그런 게 아니다. 혁신도시를 추진하는 전국이 모두 유사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전국을 벌집 쑤셔 놓은 듯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조력자가 되어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 세종시 관련 특위를 만든 것만 해도 그렇다.

일개 국무총리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마치고 의결한 것에 대해 “잘 못됐다”, “고쳐야 한다”고 발언을 하는 데도 그저 ‘희희낙락’거릴 뿐이다.

즉 국회의원 당신들이 무능해서 잘못 된 결정을 내렸다고 건방을 떠는 데도 누구하나 나서서 그를 꾸짖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총리님, 지당하신 말씀”이라며 특위까지 구성해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는가.

과연 이런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정말 이렇게 터무니없는 짓을 벌이고 있는 정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또 만에 하나 그런 정당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면, 우리는 유권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무는 세종시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조만간 폭발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어쩌면 지금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 시한폭탄'의 초침이 흐르는 소리를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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