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검찰, 한명숙 겨냥...박근혜 견제

김영복 / / 기사승인 : 2009-12-07 14:50:4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곽영욱 전 대한통운사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7일 자신은 단 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노무현 재단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언론 보도 내용은 진실이 아닌 만큼 두려울 것이 없다”면서 “국민과 함께 진실과 정의의 승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전 총리도 “이번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 뿐 아니라 민주진영 전체의 명예가 걸린 사항”이라면서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이 흘린 이야기를 검증 없이 보도한 일간지에 대해서도 민사, 형사상 법적 조치를 밟겠다”고 밝혔다.

만일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검찰일까? 한명숙 전 총리일까?

다른 말이 필요 없다. BBK 수사 결과를 믿지 않았던 국민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한 전 총리 금품수수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언론인이라면, 그 같은 설을 일방적으로 보도할리 만무하다.

그런데 한 언론사 기자가 그 같은 정보를 사실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말았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소위 ‘쪽’ 팔리는 짓을 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이 민.형사상 소송 절차를 밟겠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혐의로 판명 나더라도 한 전 총리 측이 이길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 같은 정보를 흘린 검찰 쪽은 공식적인 제보가 아니라 그냥 사석에서 ‘그런 소리가 있더라’ 하고 얘기한 것을 기자가 사실확인조차 안하고 무책임하게 기사로 내보냈다며 언론사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자는 검찰 쪽 정보이기 때문에 믿고 썼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일정정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즉 명백한 피해자가 있음에도 검찰과 언론사가 이처럼 ‘핑퐁 게임’을 하면, 둘 다 피해갈 구멍이 생긴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나 언론사가 서로 짜고, “아니면 말고”식의 설을 대서특필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한심한 검찰이고, 한심한 언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인사들 가운데, 깨끗한 인사로 꼽히는 한명숙 전 총리를 겨냥했을까?

먼저 한 전 총리가 야당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 서울시장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정도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전 총리가 이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한 전 총리는 경쟁력 있는 인물이라는 것.

따라서 검찰이 한 전 총리를 겨냥한 목적은 빤하다. 그에게 상처를 입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타깃은 한명숙이 아니라 박근혜다.

만일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그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그 상대는 누구일까?

당연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 선거는 ‘여성 대 여성’ 구도가 이뤄질지도 모른다.

설사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서울시장에 당선 돼 시정을 잘 이끌어 나가 주기만 해도, 같은 여성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결국 한명숙 전 총리를 겨냥한 검찰의 노림수는 박근혜 전 대표 견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검찰의 타깃이 친박 의원들에게 옮겨질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검찰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이상 ‘이명박 검찰’을 믿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무리 검찰이 이런 저런 검증되지 않은 설을 마구잡이로 흘려 내보고, 이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언론사가 그를 그대로 받아쓰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검찰과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뿐이다.

혹시 모르겠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 아무개가 골프장게이트와 관련, 수십억 달러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말하면, 그건 믿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을 현재의 검찰이 해낼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정말 답답한 세상이다.

그나저나 한명숙 전 총리를 겨냥하는 것으로 박근혜 전 대표까지 견제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 검찰의 노림수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영복 김영복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