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한국 언론이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형 원전 수주계약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것.
실제 28일 헤럴드경제는 “원전수주 막판 드라마 뒤엔 ‘CEO이명박’의 협상본능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같은 날 뉴시스는 “한국형 원전 계약 마치고 입국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한 사진 기사를 내보냈다.
이날 연합뉴스는 “`원전 여론'으로 4대강 반대 야당 압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즉 원전 수주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한 언론은 “대통령이 직접 해외에 나가 ‘세일즈 외교’를 펼쳐 경제 난국을 극복하려는 상쾌한 이번 ‘원전 수주’는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 걸었던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구호형 어젠다에 매우 적합하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이 대통령을 잔뜩 추켜세웠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당연히 그런 칭찬을 들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다.
이번에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 건설 공사는 1400MW급 한국형 원전 4기이며 공사금액만 200억달러이고, 원전 운영금액 200억달러를 합치면 총 400억달러(한화 47조원대)나 되는 대규모 공사다.
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한전 컨소시엄은 프랑스 아레바(AREVA) 컨소시엄,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과 이미 수개월 전부터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한전 컨소시엄이 상당히 앞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한전 컨소시엄이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실제 이달 초에 이미 “UAE에 한국전력이 주계약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를 끼고 입찰에 들어가서, 일본 히다치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의 컨소시엄과 프랑스의 아레바사를 제치고 현재 선정 최유력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기 위해 부랴부랴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한 것은 지난 26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이 대통령은 김쌍수 한전 사장과 칸둔알 무바락 UAE 원자력공사(ENEC) 회장 간에 서명된 원전사업 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했다.
무려 47조원의 공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단 하루 동안의 노력이 이루어낸 결실이라면, 이건 완전 코미디다.
그럼 진실은 무엇인가.
이미 UAE 원전수주 실무자 선에서 수주계약 완성 단계에 돌입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이 그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부랴부랴 UAE로 날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공정한 언론이라면 이런 사실에 대해 한번쯤은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네티즌들이 상식을 바탕으로 이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한국 언론의 ‘이비어천가’에 대해 네티즌들은 “밥상을 차려 놓으니까 숟가락만 들고 나왔다”거나 “원전수주가 mb 외교력 덕분이라는 것은 UAE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원전 수주 수고하신 관계자 모든 분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물론 단 한 사람만 빼고요”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몰염치를 비난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처럼 네티즌들도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진실, 네티즌들도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의구심을 대형 언론사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까닭이 무엇일까?
정말 무능해서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단 한차례의 범죄 전력도 없이 워낙 진실하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라 그를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기 때문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일까?
혹시 미디어법 제정으로 인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면 당신은 언론인의 자격이 없다.
하물며 ‘이비어천가’라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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