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로부터 정말 짜증나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른바 '피겨 여왕'으로 불리는 김연아의 '금메달 행보'에 예기치 못한 '요주의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
그런데 김연아의 훈련을 시시때때 방해하며 집중력을 흩뜨려 놓은 '악역'을 맡은 이는 '메달 경쟁자'로 꼽히는 아사다 마오(일본)도,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ISU 랭킹 18위인 에스토니아의 옐레나 글레보바다.
한마디로 듣보잡이다.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선수가 세계 최고 선수를 향해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실제 그는 김연아가 22일(한국시간)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경기장에서 오전 훈련을 소화할 때 번번이 김연아의 동선을 가로막으며 훈련을 방해했다.
오죽 그의 행동이 지나쳤으면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쟤, 좀 이상하다(정신 나간 것 같다)”고 말했겠는가.
그런데 이런 듣보잡들이 밴쿠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이런 듣보잡들이 어설프게 설쳐댄다.
친이계 여상규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DMC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금 여론이 상당히 안 좋다”고 한 뒤 “(박 전 대표가) 아버지 닮아서 독재하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라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을 겨냥, “소위 측근들이라는 사람도 문제다. 마치 여왕벌 밑에 벌떼들이 호위하는 것처럼 이정현, 이성헌 등 말을 너무 함부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상규 의원?
솔직히 국회의원이라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 그의 이름을 아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언론인인 필자도 그가 어느 지역구 국회의원인지, 그가 몇선 의원인지조차 모를 정도라면 그는 한마디로 듣보잡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향해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다.
마치 김연아 선수의 훈련을 방해하는 옐레나 글레보바를 연상케 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종교계에서도 친이 듣보잡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쌍소리를 해댔다.
바로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표를 닭과 개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던 김성광 강남교회 목사다.
그는 지난달 12일에도 뜬금없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남자들이 '싸가지 없다'고 한다", "결혼도 안해 봤으면서 대통령에게 대든다"는 등 여성비하적 막말 공세를 폈다.
그는 이날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만났더니 3.1절 구국기도회를 강남교회에서 열어달라고 부탁해 김동길 교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과 행사를 하기로 했다며 "이제 강남교회는 떴다"고 주장, 신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인인 필자는 강남교회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김성광이라는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스스로 강남교회가 떴다고 과대망상을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나 명동교회, 필동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 교회 등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교회 목회자는 누구인지 잘 알고 있지만, 강남교회라는 이름도 금시초문이고 김성광이라는 목사의 이름 역시 듣도 보도 못했다.
한마디로 듣보잡이다.
대체 듣보잡들이 이처럼 박 전 대표를 향해 막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과대망상 환자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을 박 전 대표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중증 환자일지도 모른다.
둘째,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말을 하든, 또 무슨 짓을 하든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이런 막가파와 같은 행위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정권 재창출을 못하더라도 박 전 대표만 대통령이 안 되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
김연아 선수의 훈련을 방해한 옐레나 글레보바는 만에 하나 김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그것을 자신의 공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듣보잡이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결국 얻어지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만 찍힐 뿐이다.
여상규 의원이나 김성광 목사 같은 듣보잡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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