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시에 대한 대국민 약속과 관련, “개인의 사익을 위한 약속”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가 아니라 해선 안 되는 문제다.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국가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크게 틀린 일이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단언컨대 10~20년 후에 후손들은 웃기는 선조였다고 얘기할 것이다. 정치권이 이를 고치지 못하고 정파적 이익에 급급해한다. 답답하다. 선진화를 가로막는 사상 중의 하나가 포퓰리즘이다. 해방 이후 최대 포퓰리즘이 내가 볼 때 이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포퓰리즘이 뭔가. 일부 국민 정서에 영합해 자극하고 조작해서 국익을 버리고 사익, 정파적 이익,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종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나왔다. 왜 유지하자는 것인가. 지금도 표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물론 그는 5년 전 세종시 원안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소신이 ‘원안 반대’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박세일 이사장이 누구인가.
그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이던 지난 2005년, 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인물로 당시 핵심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하필,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박 전 대표를 향해 이토록 모질게 몰아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시점에 ‘박세일 서울시장 카드론’이 일부 언론으로부터 불거져 나왔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박세일 이사장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교육감 출마를 요청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지난 19일 불교방송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일은 없었고, 나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대권주자로 가는 디딤돌 격인 서울시장 자리라면 어떨까?
그의 입장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박세일 이사장과 함께 모임을 구상하고 있는 한 인사는 필자의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세일의 꿈은 서울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대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 대통령 또한 박근혜 전 대표 견제를 위해 박세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대통령이 경선 당시 작심하고 꺼내든 정몽준 카드도 박 전 대표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이후 정운찬 카드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 했지만, 그 역시 도덕성 문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박세일 카드일지도 모른다.
즉 박 이사장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인지도와 지지도를 끌어올린 뒤, 그를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행여 그런 꿈을 꾸고 있다면 아서라.
박 이사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운찬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이 독선적 스타일의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갔던 외부 인사들은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갈 때, 단호하게 지적할 수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이 대통령의 지원 아래 무엇인가를 이루어 보겠다는 망상은 접어라.
스스로 의원직을 내 던진 것이 순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즉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말라.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구차해질 뿐이다.
이는 박 이사장을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조언이다.
‘제2의 정운찬’이라는 불행한 닉네임을 달고 싶지 않다면, 이 대통령의 ‘박세일 카드’를 단호하게 거절하라.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으나, 국민은 아직 박 이사장을 원하고 있지 않다.
특히 박세일 카드의 용도가 오직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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