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야권 연대, ‘나눠먹기’ 우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16 18: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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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5개 야당이 6.2 지방선거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른바 ‘5+4’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협상 시한인 15일, 진보신당은 그 자리에 없었다.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가운데 1곳, 호남에서 1곳 등 모두 2개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다른 정당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말았다.

따라서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4당이 6.2 지방선거의 후보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실제 이 같은 합의가 지켜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반 MB 연대’라는 구호 속에 진행된 야권 연대는 나눠먹기 성격이 짙다.

특히 이들 5개 야당은 기초 단체장의 경우 수도권 66곳 가운데 60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기로 합의했다.

60곳을 단일후보로 하든지 아니면, 66곳 전부를 하든지 그것은 필자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수도권 광역 단체장 3곳 후보를 독점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 10곳의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다른 야당에게 양보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비민주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역에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당은 그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비민주적 약속은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지역에 후보 단일화를 내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 선택은 전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몇몇 정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나눠먹기 위해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식의 야권 연대라면 차라리 아니 하는 것만 못하다.

즉 야권 단일 후보를 선택할 때,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민주당은 야권 연대에서 아무런 실익도 기대할 수 없다.

이를테면 진보신당이 빠진 4+4 협의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민주당으로서는 야권 단일화를 통해 기초단체장의 상당부분을 양보하더라도 광역단체장에서 야당 후보의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겠지만, 진보신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인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협상 논의 구조에서 빠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익도 없으면서 기초단체장 후보 자리만 양보하는 꼴이 된다는 당내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5+4 협의체의 협상 내용 전체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나눠먹기’를 위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가로 막는 이런 협상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야권 연대는 물론 필요하다. 후보 단일화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저지하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동의한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방식이 몇몇 정당 관계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야당의 후보로 결정되든 그 결정 과정에는 반드시 유권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

그게 민주적 결정이고, 생활자치 시대에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올바른 결정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어느 정당이 어디 어디를 양보한다는 등 제멋대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제한할 경우, 국민들의 반발심만 더욱 커질 뿐이다.

가뜩이나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죽을 쓰는 상황에서도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지지율보다 무려 10%이상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거듭 말하거니와 민주당은 특정 지역에 대해 후보를 내지 않고 싶다면, 당 지도부 몇몇 인사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이전에 지역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최소한 지역 당원들의 견해라도 묻고 결정하라.

그렇지 않고 제 멋대로, ‘양보’라는 미명하에 당원과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민주당은 ‘비민주적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로지 승리만을 의식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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