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게임에 빠진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굶어 죽게 한 사건으로 전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다. 바로 직전에는 PC방에서 며칠을 연이어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사망하고, 게임을 한다고 핀잔을 준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발생하는 등 게임 과몰입이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이어지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곧바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게임 과몰입 대응예산을 기존 5억의 10배 수준으로 늘이고, 대응 태스크포스팀 활성화,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못 하도록 유도하는 ‘피로도 시스템’ 확대, 그리고 과몰입 이용자들에 대한 상담 치료를 강화하자는 것 등이 그 주된 내용이다.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긴 하나 사실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개별 게임 회사들을 통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경우만 해도 성인층이 이용하는 웹보드 게임의 경우 일일 10시간으로 이용을 제한하고, 이용자보호프로그램(User Protection Program)을 통해 과다 이용시 안내문 노출, 이용시간 강제 설정, 일정 기간 아이디 사용 금지, 나아가 과몰입이 심한 이용자의 경우 지정 대학병원의 전문가로부터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이용자의 과몰입 정도에 맞는 단계별 프로그램을 제공해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본인 스스로 적정 수준의 게임 이용을 통제하기 어려운 청소년층을 위해, 2008년 말부터 자녀관리시스템을 도입, 부모가 만 18세 이하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 결제 내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권장 게임 시간 설정’ 기능을 통해 자녀가 이용 시간을 초과할 경우 부모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는 등 청소년층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막고, 게임을 건전한 여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 외에도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인 ‘씨나인(C9)’, ‘ 내맘대로 지구별’, ‘한자마루’ 같은 게임들에는 ‘피도로 시스템’을 적용해 하루 약 2시간 정도 게임을 이용하고 나면, 더 이상 게임 공간에 참여할 수 없다거나 주어지는 혜택을 없앰으로써 하루 2시간 이상의 지나친 게임 이용을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부적인 프로그램들은 차이가 있겠지만, 다수의 인터넷 게임 회사들은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오고 있고, 특히 작년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해 시작한 그린게임캠페인의 경우 70여 게임산업협회 회원사들이 동참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게임산업협회 차원에서, 그리고 개별 게임사별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해 왔음에도 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즉, 게임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도 필요하겠지만 게임을 이용하는 습관, 즉 게임 이용 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콘솔 게임 등 게임이 먼저 도입된 미국에서도 80-90년대 최근 국내 사례와 같이 딸을 자동차에 둔 채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다 죽게 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청문회가 열리는 등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고, 이런 사례를 통해 게임 이용에 대한 사회적 룰을 만들어 감으로써 올바른 이용 문화를 정착시켜 왔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게임을 대하는 인식과 이용에 대한 성숙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비난하고, 못하게 규제하고, 게임을 제공한 업체에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정부, 기업, 그리고 이용자들이 시간을 갖고 다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사회적인 룰을 만들어감으로써 선진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한 연구센터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여가 활동 중 TV 시청에 이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가 게임으로 나타난 것처럼 이제 게임은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게임에 대해 규제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게임의 순기능을 보존하면서도 과몰입에 따른 역기능을 방지할 수 있는 해법들을 다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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