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 남북간 ‘핫라인’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까.
지난해 3월9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키 리졸브’와 이 기간에 실시되는 또 다른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북남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해온 마지막 통로인 군통신을 3월9일부터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 기간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인 20일까지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래서인지 남북간 핫라인이 다시 재개되었다거나,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거나, 혹은 완벽한 불통사태라는 등의 후속보도는 없다. 현재까지도 이 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해 말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핫라인이 별도로 개설되었을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에 있어서 남북간 핫라인은, 특히 군통신 라인은 확실하게 작동했을까. 정부로서는 이 부분이 극도의 보안사항이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관련보도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다.
문제는 ‘핫라인’이 작동했다고 하기에는 초기 언론대응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문제가 노출된 것 같다.
‘북한의 책임 혹은 무책임’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가 지나치게 들쑥날쑥했다. ‘핫라인’이 정확히 가동됐더라면,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가 어느 정도라도 구축되어 있었더라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분별한 추측과 지나친 상상력, 그리고 냉전적 사고체계가 일단 의심의 눈초리를 한편으로 몰아갔다.
물론 그 부분은 나중에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초기 대응은 남북간의 ‘핫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사고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엔 너무도 충분하다.
지난 2002년 6월29일, 두 번째 서해교전이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북측은 ‘핫라인’을 통해 ‘이 사건은 계획적이거나 고의성을 띤 것이 아니라, 순전히 현지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되었다’며 ‘이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긴급통지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임동원 회고록, 피스메이커 637면)”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측에 공개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보장하라는 회신을 보냈다.
며칠 후 한미연합사령관은 ‘상급부대에서 도발을 지시했다는 징후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정보 판단을 공식 통보해왔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월드컵 폐회식에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했고, 금강산 관광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관광길에 올랐다.
“남북 정상회담의 소중한 성과 중의 하나인 ‘핫라인’이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을 당시에 공개할 수는 없었다.(임동원)”
임동원 전 장관은 이런 사실을 2008년 6월에야 회고록을 통해서 털어놓았다.
그렇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
얼마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일자 인터넷판에서 미군이 참전 또는 개입한 역대 전쟁 가운데 가장 오래도록 지속된 전쟁으로 한국전쟁을 꼽았다.
한국전쟁은 아직까지 평화조약이 공식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진행 중인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렇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
60년째 전쟁 중이다. 때로는 전면전으로, 때로는 냉전으로, 때로는 냉전적 사유체계로 전쟁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냉전적 사고방식으로부터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전히 빨간색만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불안해진다.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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