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황당한 소식이다.
당초 천안함 침몰실종자 구조활동을 하려다 순직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한주호 ’준위’가 함수나 함미가 가라앉은 지점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서 숨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8일 KBS 보도에 따르면 당초 군 당국은 한 준위가 함수 침몰지점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실제 원태제 국방부 대변인은 “함수 부분에서 있다가 의식 잃고 나왔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는 것.
고 한주호 준위는 함수로부터 북서쪽 해상으로 무려 1.8 km나 멀리 떨어진 백령도의 용트림 바위 바로 앞에서 숨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면 혹시 그가 숨진 곳이 함미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함미 침몰지점과의 거리는 오히려 더 멀다. 무려 6km나 된다.
실제 한 준위와 함께 수색활동을 벌였던 UDT 동지회는 한준위 사망 지점을 “용트림 바위 앞”이라며, 그 곳에서 한 준위 추모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 준위는 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정확한 임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왜 사망지점을 숨기고, ‘함수침몰 지점’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일까?
지금,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다. 침몰 사고 발생시점을 두고 무려 다섯 차례나 오락가락했는가하면, 북측 도발 가능성을 두고도 횡설수설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마치 ‘워터게이트사건’을 대하는 닉슨 행정부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다는 느낌이다. 이러다 ‘천안함게이트’라는 불행한 용어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 참전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종의 정치스캔들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절도사건인 줄만 알았다.
1972년 6월 17일 워터게이트 호텔에 근무하던 한 경비원이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워싱턴 시경에 신고했고, 경찰은 도착 후 같은 호텔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 사무소에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물론 절도혐의였다.
그러나 이후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우선 체포된 자들이 호텔을 무단침입한 일이 두 번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절도범이 같은 곳을 두 번 씩이나 찾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일 것이다. 그래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한명의 수첩에서 백악관 연락처가 나왔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그들은 3류 도둑에 불과하다"며 “백악관과의 관계가 없다”고 연루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은 전직 CIA 출신으로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 경비주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급해진 닉슨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의 가장 유력한 보좌관인 하르디만과 아릭만의 사직을 강요하는가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수 있는 백악관 법률고문 존 딘을 경질하고, 새로운 법무장관으로 엘리엇 리처드슨을 임명해 그에게는 특별검사를 지명하는 권한까지 갖게 했다.
그러나 권력도 끝내 진실을 감출 수는 없었다. 결국 모든 진실이 밝혔지만, 닉슨은 1973년 11월 17일 플로리다 주 올란드에서 400명의 기자 앞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변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결국 닉슨은 미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지 4일 뒤인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그는 미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임기 중 사퇴한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정부의 태도는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뿐,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천안함게이트’는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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