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필패 야권연대에 한나라 ‘미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18 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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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악재로 전전긍긍하던 한나라당에 모처럼 호재가 생겼다.

이른바 '4+4회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야권연대’가 한나라당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4+4회의'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 4당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아래 단일 후보를 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웃긴다.

이들의 연대는 한마디로 승리를 위한 연대가 아니라 ‘필패 연대’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없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연대’라거나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는 한나라당 엑스맨’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협상 내용을 보자.

경기지사 후보 선출 문제가 일단락 됐다. 다음달 2일 민주당 김진표, 민주노동당 안동섭,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선다고 한다.

그 대신 민주당은 서울 구청 4곳과 경기도 시 3곳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성동구(민노당), 중구(창조한국당), 광진구(국민참여당), 중랑구(시민사회단체), 경기의 경우 하남시(민노당), 김포시(국민참여당), 이천시(국민참여당)를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것.

따라서 이들 지역에 출마할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만면에 미소를 띠게 됐다. 인지도나 지지도면에서 취약한 상대와 싸우게 됐으니, 그들이 희희낙락거리는 것은 당연지사.

실제 민주당이 양보한 이들 지역에는 민주당 예비후보들 가운데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양보하기로 한 정당의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연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광역단체 후보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는 연대가 아니다.

지방선거는 총선과 다르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함께 선출하는 선거다.

일반적으로 광역단체장이 1번이면, 기초단체장도 1번, 광역단체장이 2번이면 기초단체장 역시 2번을 선택하게 되는 게 비장선거다.

따라서 광역단체장 후보로 설사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선다고 해도, 다른 정당에 기초단체장을 양보한 지역에서는 득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 후보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단일후보로 나선다고 해도 성동구, 중구, 광진구, 중랑구에서는 한 전 총리의 표가 평균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란 뜻이다.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국참당의 유시민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특히 막강한 득표력을 지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빠진 야권연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 "패배가 불 보듯 빤한 연대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결사반대"라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겠는가.

실제 중구청장 예비후보 김길원·박형상, 성동구청장 예비후보 김영재·나종문·정원오·정병채, 광진구청장 예비후보 김기동·김용·김용한·김태윤·임동순, 중랑구청장 예비후보 강성환·강원 강화수·김준명·박홍근·송재덕·장갑수·차용호, 하남시장 예비후보 규경서, 김포시장 예비후보 유영록 등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지난 17일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 신독재정권의 부활로 나라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는 이때, 추진 중인 야권연대는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이어야지 패배를 위한 야권연대이어서는 안된다"고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맞는 말이다.

일방적인 양보로는 결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없다. 서울 25개 전체 구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서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러자면 반드시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왜 광역단체장은 경선으로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서 기초단체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인 양보를 하는가.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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