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시정잡배만도 못한 ‘스폰서 검찰’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21 14: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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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마디로 충격이다.

검사의 도덕성이 일반 국민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일반국민의 도덕성 수준은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mbc ‘PD 수첩’을 보니 그게 아니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라는 자들의 행태를 보아하니 이건 시정잡배만도 못하다.

실제 수 년 동안 전.현직 검사들에게 뇌물 향응과 성 접대를 해왔다는 한 건설업자의 폭로가 있었다.

경남지역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가 지난 25년간 검사 57명에게 10억원대가 넘는 금품과 향응, 심지어 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방영된 것.

이에 대해 스폰서 검사들은 “제보자 말만으로 검찰을 성토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지도 모른다.

실제 스폰서 검찰로 지목된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PD수첩의 방송 사실이 알려지자 MBC 김재철 사장과 편성제작본부장, 시사교양국장 등에게 공문을 보냈다.

그는 “PD수첩의 보도내용은 기소에 앙심을 품은 범죄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한 것”이라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방송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돈을 준 것 같다’는 요상한 진술자의 진술 하나만 믿고 ‘유죄’라고 난리치던 검찰 아니었는가.

더구나 스폰서 검사에 대한 뇌물 향응과 성 접대 의혹은 단순히 제보자의 진술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증거들이 있다.

방송에서 정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수년간 검사들을 접대한 목록과 당시 지급한 액수와 참석한 검사들 명단, 수표번호, 녹취록 등을 제시했다.

또 ‘PD 수첩’은 이를 근거로 관련자들의 증언을 방영하기도 했다.

따라서 누가 봐도 스폰서 검사들은 명백한 유죄다.

즉 대검 감찰부장으로 승진한 한승철 부장에게 제공한 술 접대와 연관된 성접대 문제 및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관련된 접대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증거가 분명해 보인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태세다.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검찰들은 다 동서지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부산지방검찰청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은 그야말로 ‘난타’ 당했다. 분노한 누리꾼들이 부산지방검찰청 홈페이지로 몰려들고 있다.

실제 개설된 이후 2000여명 남짓한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던 부산지검의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sppo3300)는 반나절만에 6배 가까운 1만 5000여명의 누리꾼들이 방문해 성난 댓글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보도된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로서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미적’거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 항승철 대검 감찰부장과 박기준 부산지검장에 대한 제보의 신빙성은 누가 보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인 사건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이들 ‘스폰서 검사’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직위해제 등의 선 조치를 취한 후 진상규명 작업에 들어가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수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장이 ‘진상 규명’을 운운하는 것은 단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정씨의 향응접대에 대가성이 있다면, 그것은 부산지검에서 수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부산지검장은 바로 스폰서 검찰로 지목된 박기준 지검장이다. 자신의 사건에 자신이 지휘검사가 되는 셈이다.

설사 대가성이 없다고 해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사윤리강령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검 감찰부가 나서서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데, 한승철 감찰부장 또한 ‘스폰서 검찰’로 지목된 사람이다.

따라서 검찰은 진상규명에 앞서 먼저 이들 ‘스폰서 검찰’에 대해 직위해제조치를 취하는 게 우선이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나라 검찰 가운데 과연 몇 %가 더러운 ‘스폰서 검찰’ 노릇을 하고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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