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주류 바뀔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02 16: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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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지금 자신감이 넘쳐 나는 듯 보인다.

지난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한 전국을 ‘싹쓸이’ 했듯이 이번 지방선거 역시 그렇게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눈치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경쟁력 있는 현역 단체장들을 대폭 물갈이 한 것도 그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와 정몽준 계가 겉으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싹쓸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당의 입장에서아주 중요한 자산 중의 한 분이신 박근혜 전 대표께서 이번 지방선거를 도와주신다면 상당히 큰 성과를 낼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직접적으로 제가 아직 말씀은 못 드렸지만 본격적으로 선거 체제를 갖춰갈 때 한 번 보고를 드리고 말씀을 여쭐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즉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박 전 대표에게 아직 당 지도부의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선거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2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계파가 힘을 합쳐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 선거대책위원장 등 어떤 공식적인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그가 스스로 알아서 선거지원 유세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다분히 박 전 대표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미 정몽준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하고 정병국 사무총장을 선대본부장으로 하는 선대본부를 구성할 계획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박 전 대표의 자리는 없다는 뜻이다.

설사 박 전 대표에게 정 대표와 공동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한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박 전 대표와 겨우 한 자릿수 지지를 받는 정 대표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를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친이계의 속셈은 이런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선거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하지만, 당신 아니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 선거지원을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

그러면 정말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2006년 선거 때처럼 ‘싹쓸이’가 가능할까?

일단 현재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한나라당이 이 같은 자신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남권은 물론 강원 제주 충북 등도 한나라당 후보가 우세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판세가 6.2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이미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지사 선거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3월 22일 주간동아가 실시한 야권 단일후보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한나라당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김 전 장관이 1.2%P 앞섰고, 같은 달 31일 경남신문 조사에서는 이 전 장관이 6.2%P 앞서는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나라당 후보가 지고 있다는 뜻이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충청권의 상황은 더욱 험악하다.

실제 충남 도지사 선거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는 가하면, 대전시장 선거는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나마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득을 보고 있는 수도권 지역 역시 판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상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과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뒷치락을 반복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남지사의 선거처럼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사실상 야권단일후보인 송영길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서울의 경우는 어떤가. 여론조사 지표상 한나라당 선두 후보인 오세훈 시장이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와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앞서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만한 수준의 판세는 아니다.

경기도시자의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판세로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앞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 김진표 민주당 후보가 극적인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주류의 ‘싹쓸이’ 꿈이 허무한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6.30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주류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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