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김무성 신임원내대표께 바란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05 11: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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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010년 5월 4일.

김무성 한나라당 신임대표에게는 남다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3수 끝에 그토록 갈망하던 원내대표에 선출된 날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너무나 싱겁게 끝났다. 앞서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들이 모두 김 의원을 지지하면서 ‘줄줄이’ 출마포기를 선언해 경선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친이계의 추대에도 불구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이룰 수 없었는가하면, 세종시 정국에서는 박 전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친박 좌장’에서 하루아침에 ‘출박(出朴)인사’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출박인사’가 되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을 것이고, 친이계의 적극적인 지원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발탁한 이유가 무엇일까?

세종시 문제 때문일까?

아니다. 개헌 때문이다.

지난 4월 진짜 친박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내대표가 되면 개헌을 조심해야 한다.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홍 의원도 필자처럼 이 대통령의 재집권 음모에 의한 개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과 친이 세력들이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모색할지도 모르니,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그런 식의 개헌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세종시 문제는 이미 용도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들고 나온 목적은 첫째 6.2 지방선거의 수도권 승리를 위함이고, 둘째 4대강 사업의 쏠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성동격서’다.

즉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수도권 지역 민심을 자극해 서울 경기 인천에서 승리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에는 굳이 수정안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또 국민 여론이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집중돼 있을 때, 4대강 사업을 마구잡이로 강행해 벌써 10% 이상의 공사가 진행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제 수정안은 포기해도 그만이다.

한마디로 세종시 수정안은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일 것이다.

따라서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발탁한 이유를 세종시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김 의원의 용도는 ‘개헌용’에 불과하다.

안상수 전임 원내대표가 줄기차게 ‘이원집정부 개헌’을 주장했던 것처럼, 그 바통을 이어받아 김무성 신임 원내대표가 개헌을 완수해달라는 속셈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김 의원은 언젠가 필자에게 박 전 대표를 ‘국민에게 위로가 되는 지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지, 아니면 지금은 변했는지 그건 중요치 않다.

그가 ‘친박’이냐 ‘출박’이냐 하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임기 1년 간 ‘이명박 의중’을 따르느냐, 국민의 뜻을 따르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알다시피 개헌과 관련, 국민 여론은 4년 중임제다.

반면 이 대통령의 의중은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의 개헌이다.

김 원내대표가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민 편’이 될 수도 있고, ‘MB 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 줄 경우, 1년의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면 장관자리 하나 정도는 꿰차고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김무성’이라는 이름은 국민들 뇌리에 ‘배신자’로 영원히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올바른 선택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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