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재집권 음모’ 저지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09 15: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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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가 반대해도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 친이(親李)계가 한 말이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울라갔다가 박지원 의원에게 패한 강봉균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강 의원은 지난 7일 실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무려 31표를 획득했다.

물론 박 의원이 49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분권형 개헌’을 기치로 내세운 강 의원이 획득한 표가 자그마치 31표나 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당내 강봉균 지지파, 즉 분권형 개헌 찬성파와 한나라당 내 친이계가 서로 손을 맞잡고 ‘MB 재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 경우에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봉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겠다’거나 ‘강봉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비아냥거렸던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박지원 의원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발(發) ‘분권형 개헌’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분권형 개헌론자인 강 의원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잠재적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제 폐해를 강조하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런 음모에 민주당이 동참한다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친이계는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입만 열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국회에서는 원내대표 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개헌추진’ 명령을 공식적으로 하달한 바 있다.

대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추진하는 이원집정부제란 무엇인가.

국민이 선택하는 대통령을 아무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로 만들고, 대신 국회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의 전권을 갖도록 하는 제도다.

즉 국민이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자기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럼, 친이계가 이원집정부제를 추진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MB 재집권욕’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은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 재창출을 고려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즉 박근혜 전 대표에 의한 정권 재창출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이 대통령이 차기 실권자가 되는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 의원으로부터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한)재집권을 확신한다”는 말을 <시민일보>기자가 집적 들은 바 있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물론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누군가. 국민의 절대적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이런 거다.

먼저 이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헌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기는 하지만 아무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로 만든다.
대신 국회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의 전권을 갖도록 한다.
즉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퇴임과 동시에 직접 차기 총리가 되거나, 그게 조금 멋쩍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해 수렴청정(垂簾聽政)하는 형식으로 재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발언은 바로 이런 ‘MB 재집권 음모’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그가 ‘박근혜가 반대해도’라는 단서를 단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반대해도’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 전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4년 중임제’ 개헌을 강력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월 9일 보도된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가 40.9%, 5년 단임제가 29.4%, 의원내각제가 13.4%, 이원집정부제가 4.1% 무응답이 12.1%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둘을 합해도 17.5%로 4년 중임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게 개헌에 대한 국민의 뜻이다.

만일 한나라당 친이계와 민주당 일파가 서로 결탁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개헌, 즉 이원집정부 개헌을 추진해 영호남 패권세력이 서로 권력을 나눠먹겠다는 심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박근혜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라 바로 대국민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경고하거니와 우리 국민은 결코 ‘MB 재집권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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