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유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줄곧 "선거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고,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경로잔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거는 당 지도부 위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세 차례의 재.보궐선거가 치러졌지만, 단 한 번도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보자.
한나라당의 참패를 끝났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북 등 중립지대인 3곳 모두 ‘싹쓸이’ 승리를 쟁취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자신들의 텃밭인 강원과 경남의 2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것은 나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치러진 4.29 재보선의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최소한 수도권 1곳과 영남 2곳에서만큼은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한나라당 완패로 끝났다.
국회의원 5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의 텃밭인 영남에서조차 진보신당(울산) 후보와 무소속(경주) 후보에게 자리를 내 주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그러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지난 2008년의 6.4재보선은 어땠을까?
역시 한나라당 참패였다.
실제 전국 52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당시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공천자를 낸 기초단체장 선거구 6곳 가운데 겨우 경북 청도 1곳에서만 승리를 거두었을 뿐, 다른 지역은 모두 패했다. 서울 강동, 인천 서구, 경기 포천 등 수도권 3곳과 텃밭인 영남권 2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모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선거, 즉 박 전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해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전면에 나서서 선거를 이끌었던 17대 총선 이후의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박 전 대표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렀겠는가.
하지만 그가 전면에서 물러나자 한나라당은 세 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의 지방선거처럼 압승을 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반타작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반 MB 정서’로 인해 반타작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병국 사무총장이나 정두언 전략기획위원장 등 친이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간곡히 요청하는 것도 이런 패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두언 의원은 "후보들이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못 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실망하겠냐. 후보들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박 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도 박 전 대표가 결코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박 전 대표의 ‘원칙’이자 ‘소신’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친이계가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이처럼 박 전 대표를 향해 끊임없이 구애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방선거 직후 실시되는 6.30 전당대회를 의식한 때문이다.
앞서 세 번의 재.보궐선거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패하면, 정몽준 대표는 물론 친이계는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인책론’으로 인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그 경우를 대비한 ‘책임 전가용’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역시 선거 패배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 위한 포석이 분명해 보인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6.2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없는 한나라당이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과연 이번만큼은 앞서 치러진 세 번의 재보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친이계가 박 전 대표에게 ‘책임전가용’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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