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서 조금 잃더라도, 대신 수도권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의도적으로 터뜨렸던 여권이 지금 공황상태에 빠졌다.
충청권은 물론,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던 수도권마저 야권에게 단체장 자리를 모두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청권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죽을 맛이다.
그동안 박빙의 승부를 벌여 왔지만, ´세종시 여파´로 인해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우수수’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대전은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가 현직인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에 앞서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염 후보 지지율이 박 후보 보다 무려 10~15%p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은 더욱 참담하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이를 쫓고 있으며, 그 뒤를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허덕거리며 쫓아가는 형국이다.
물론 여권은 수도권 장악을 위해 의도적으로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터뜨린 만큼, 충청권의 이런 판세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대신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살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승리하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만만해 했던 수도권 판세가 심상치 않다.
야권 경기지사 후보단일화후 수도권에서의 야권후보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도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자체 여론조사 결과다.
실제 유시민 후보로 야권 경기지사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14일 긴급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한나라당에 충격이었다.
단순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유시민 후보에 6% 포인트 정도 앞섰으나, 적극투표층에선 유 후보가 오히려 김 후보를 비록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시민-심상정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고, 양자구도가 될 경우에는 적극 투표 층에서 유시민 후보가 김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체로 여론조사에서 여당 프리미엄이 10% 정도는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반영할 경우 김 후보는 유 후보에게 사실상 큰 차이로 뒤지고 있는 셈이다.
인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지만, 두 사람간 양자대결 또는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송영길 후보가 안상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나마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송 후보는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 시 안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서울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실제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11%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오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으나, 이종전에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것과 비교할 때 놀랄만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는가 하면, 오세훈 대 한명숙 양자대결에서는 한 후보가 오 후보를 1%포인트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나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권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사실상 오 후보가 지고 있는 셈이다.
충청권을 잃더라도 수도권을 지키겠다는 얄팍한 속셈에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터뜨렸지만,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마저 내줘야 하는 참담한 일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세훈 후보나 김문수 후보 등이 잇따라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는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 “박 전 대표가 6.2 지방선거를 지원하는 게 맞고, 저희도 여러 경로로 지원을 요청 중”이라고 밝혔고,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역시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무난한 당선이 어려울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했다.
심지어 그동안 박 전 대표를 향해 막말을 하는 등 그를 홀대하던 정두언 의원 등 친이 핵심 인사들까지 나서서 ‘당 지도자’ 운운하면서 선거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대답은 ‘노(NO)’다. 무엇인가를 약속할 수 있는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 선거를 치르는 게 원칙이라는 그의 소신을 굽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없이 불안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이 과연 6.30 전당대회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무척 궁금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6.30 전대에서 당이 박 전 대표를 외면하면, 7월 재보선이나 19대 총선 역시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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