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연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거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14일 한 번의 러브콜 사인을 낸데 이어 17일과 18일 연이어 선거지원을 요청했다.
오죽 다급했으면,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에 ‘신뢰와 원칙’을 말하면서 ‘원안+알파’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를 향해 '신뢰는 무슨 신뢰냐, 충청표를 얻으려고 표를 의식해 그러는 게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던 사람이 선거지원을 요청했는지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선거지원 유세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당내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지원 유세를 하지 않는다는 시각은 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지원 요청이 들어 올 때마다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그는 같은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럼, 박 전 대표는 왜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가령 지원 유세를 하는 사람이 ‘이 후보를 찍어주면, 당에서 이 후보가 하는 일을 적극 밀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치자.
정몽준 대표가 그렇게 말하면, 그것은 괜찮다. 당 대표로서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의 발언을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면, 그것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사기에 해당한다.
일개 평의원에 불과한 사람이 그런 약속을 한다는 자체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선거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그에게 ‘국민들이 당신을 믿고 있으니, 당신이 국민을 상대로 좀 사기를 쳐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자신의 당선을 위하여 박 전 대표에게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는 것으로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박 전 대표 역시 그런 사기극에 가담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경우란 단 한가지의 경우뿐이다.
그가 당 지도부의 일원이 되어 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때만 선거지원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해 주시면, 제가 당 대표로서 이 후보가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 할 수 있을 때에만 지원유세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홍사덕 의원은 ‘연대보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즉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 유세하는 것은 그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서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아니라 평의원이기 때문에 ‘연대보증’을 설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박 전 대표인들 왜 마음껏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원유세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자리조차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지원 유세를 요청하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차피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기대하기는 글러먹었다.
그저 살아남으면 다행이고, 낙선하더라도 박 전 대표를 탓해서는 안 된다.
만일 곧 다가올 7월 재보궐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6.30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하면 된다.
또 19대 총선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전대에서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그를 무시하다가, 각종 재보궐선거 때나 총선 때 가서야 뒤늦게 선거지원을 구걸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 아니겠는가.
그때 돌아오는 답변은 보나마나 ‘당 지도부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맞다’는 말일 것이다.
그나저나 박 전 대표의 지원 없는 이번 수도권 지역 선거 결과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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