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전쟁이냐 평화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26 15: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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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번 6.2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이번에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남북 간에 피 튀기는 전쟁으로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번’을 찍으면 되고, ‘그래도 남북이 대화하면서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번’을 찍으면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이 시각 미국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순식간에 10,000포인트 선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 주요 원인이 한반도 전역에 불어 닥친 ‘북풍’ 때문이라고 한다.

즉 미국 주식시장이 한반도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전쟁 위험 때문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아니라, 남의 나라, 그것도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서 남북 전쟁의 위험성 때문에 이처럼 주식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질 정도라면, 전쟁 위험의 한 복판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찌될까?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위기를 조장하면서 거침없이 ‘북풍몰이’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연일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하자면, 북풍 놀음에 빠져있다.

‘북풍’으로 인해 한나라당 후보들이 제법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풍이 여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던 수도권 등 주요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며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북풍이 한나라당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한나라당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은 “천안함 사고가 정권심판론을 약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수도권 전 지역 완패 가능성이 거론될 만큼, 한나라당 후보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특히 남북 간 긴장 고조 행위는 수도권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이라는 점에서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24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북관계와 군사·외교 분야를 망라한 대북 강경조처를 담은 '5·24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에 북한도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일체 당국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응수하는 등 남북이 퇴로 없는 ‘치킨게임’을 벌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남북간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고 말았다. 전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쟁 불사’를 외치는 사람들이 누군가.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병역 면제자들이다.

어쩌면 그 자녀들까지 병역을 면제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니 전쟁이 발생해도 자기 자식들이 죽을 염려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능력이 없어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야 했던 보통 사람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특히 자식들이 현재 군 복무중인 부모의 심정은 너무나 애가 탈 것이다.

군대에 가 있는 자기 자식들이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전쟁 불사’를 외치는 ‘1번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과연 그런 부모들이 몇이나 될까?

특히 전쟁이 발발하면 북쪽과 가까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이 ‘불바다’로 변할 텐데, 그래도 전쟁을 하는 게 좋다는 사람들은 또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당연히 1번 후보들이 많이 당선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당 후보들이 이번에 전멸을 당할 것이다.

선거 결과, 여당 후보들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당장 보따리를 싸고 외국으로 도망가야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능력조차 없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폭탄이 쏟아지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1번’ 후보를 찍을 것을 한탄하며 숨을 거두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한다. 그래도 전쟁을 하고 싶다면 기꺼이 1번을 선택하라. 그게 아니라 남북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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