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한나라 참패는 자업자득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03 14: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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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그것도 아주 치욕적인 참패다.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텃밭인 영남권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경남도지사 자리를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내줘야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지역 및 강원도 등 이른바 중립대인 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도 두 곳에서만 가까스로 승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비록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치욕스런 참패를 당했다.

실제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중랑구 등 4개 구에서만 승리했을 뿐, 나머지 21개 구청장은 모두 민주당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서울시 지방정부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오세훈 시장을 ‘강남시장’이라고 꼬집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경기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도지사 선거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이겼지만, 31개 시장.군수를 뽑는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져도 민주당이 19개 지역에서 승리한 반면, 한나라당이 이긴 곳은 10개 지역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도에서 인구 50만이 넘는 수원, 성남, 부천, 고양, 안양, 안산 등 6대도시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모두 전멸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한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이긴 곳은 연천, 포천, 과천 등 대부분이 농촌이나 군소지역들 뿐이다.

그래서 경기도민들은 김문수 지사를 ‘농촌도지사’라고 부른다.

인천은 더욱 참담하다.

인천시장 자리를 송영길 민주당 후보에게 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10개 구.군 중 한나라당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된 옹진군을 제외하고는 단 한 지역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9개 지역 모두 야권 후보들이 당선자가 된 것이다.

사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가 아니다.

충분히 예견된 일었고, 이미 민심은 수차에 걸쳐 한나라당을 향해 경고장을 날리고 있었다.

여론조사 지표상에도 그런 민심이 나타나고 있었다.

실제 KSOI가 지난 해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당후보 지지’ 41.6% 대 ‘야당후보 지지’ 42.8%로 나타났었다. 여당 지지와 야당 지지는 오차범위내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조사에서는 ‘여당후보 지지’ 39.4% 대 ‘야당후보 지지’ 46.8%, 11월 조사에서는 여당후보지지 38.3% 대 야당후보 지지 45.7%로 그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올해 1월 조사에서는 여당후보지지 35.2% 대 야당후보 지지 48.6%로 그 격차가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4대강사업, 세종시 논란, 미디어법 등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결국 한나라당 후보들의 심판으로 나타난 것이다.

왜,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당이 뒤집어 써야 하느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한나라당은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 국민 10명 중 무려 7명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한나라당에서 누가 단 한 번이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질책한 일이 있었는가?

아름다운 우리 강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으며, 물고기들이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한나라당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4대강 사업’에 대해 박수를 치고 있지 않는가.

오죽하면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의 종교인들이 나서서 ‘4대강 중단’을 촉구했겠는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소신공양’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4대강 저지에 나선 스님까지 있었겠는가. 만일 한나라당이 4대강 반대 목소리를 외쳤더라면, 종교인들이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 세종시 문제는 어떤가. 국민들 앞에 수차에 걸쳐 약속했던 일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려 하는데도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 등 일부 친박의원들만 반대 했을 뿐, 당 지도부 인사들 가운데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수정안 당론 채택을 위해 박 전 대표를 압박했었다.

이러고도 한나라당 이기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민의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니겠는가.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절망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앞으로 잇따를 각종 재보궐선거와 19대 총선에서도 결코 승리 할 수 없을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국정 운영방식에 당이 나서서 제동을 거는 길 뿐이다. 그러자면 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 특히 현행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당권과 대권을 철저히 분리하고, 대통령이 더 이상 당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이나 한다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절망의 당’이 되고 말 것이다.

적당히 보수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완전히 뜯어고치고 ‘새판짜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영남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분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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