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黨靑, 그놈이 그놈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07 14: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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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심지어 당청이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은 청와대를 탓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초선 의원 23명은 지난 6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정풍운동' 수준의 대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친이계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부터 변해야 하지만 전체적인 국정쇄신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도 모두 개편해야 한다는 게 초선 의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당정청 모두를 겨냥한 듯 보이지만 실제는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이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잘못이 청와대 참모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나, 황영철 의원이 "여권 변화의 핵심은 청와대가 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서 그 타깃이 어디를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회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다르다.

실제 청와대는 선거 패배에 따른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없으며, 세종시와 4대강 사업 역시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총리’인 정운찬 총리를 지난 3일 청와대로 불러 “내각은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하는 등 오히려 세종시 수정안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선거에 패한 것은 한나라당 잘못이지, 그게 왜 청와대 잘못이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일단 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의 중간 심판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대통령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당내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이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세종시 백지화’, ‘4대강 사업’과 같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을 전면 중지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자신이 수차에 걸쳐 약속했던 세종시 원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독선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그 책임이 없는 것인가?

아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은 이 대통령을 향한 분노 못지않게 컸다.

세종시 원안을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려 할 때, 한나라당은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 ‘정치 신뢰’ 문제 등을 거론하며, 결사반대 했지만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친이계 모두가 나서서 수정안을 당론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친박계를 압박하지 않았는가.

또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종교인들이 모두 나서서 4대강을 반대하는가하면, 한 스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일부 친박계에서만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뿐, 당 지도부와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는 오히려 박수를 치며, ‘이비어천가(李飛御天歌)’를 불러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의 “넷 탓”공방은 참으로 한심하다. 국민들이 볼 때는 ‘그놈이 그놈’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민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나, 원내 1당의 거대정당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찍’ 소리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뭐가 다른가.

이제 곧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그 때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전대과정을 지켜 볼 것이다.

당 초선의원 모임 ‘민본21’ 소속 김성식 의원은 7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성공적인 청와대와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을 이뤄왔다면 주류세력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누가 반대하겠는가”라며 “초선의원 모임에서는 적어도 지방선거에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즉 청와대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친이계에 있는 만큼, 이번 전대에서 그들이 당대표 경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옳은 말이다. 다만 이 이 옳은 소리를 귀담아들을만한 ‘열린 귀’가 그들에게 있는지,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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