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 추대론, 毒인가 藥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08 1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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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내 중립 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당대표로 추대하자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중립 진영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김동성 의원은 "당의 얼굴 역할을 할 사람에 박근혜 전 대표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표를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고 ‘박근혜 대표 추대론’을 제시했다.

김성식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대등한 관계에 서도록 내부혁신이 돼야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박 전 대표 추대’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청 대등한 관계’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박근혜 추대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당청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은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 한 사람밖에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이계 이주영 의원조차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한다. 쇄신, 변화 이야기 하지만 계파의식 버리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박 전 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같은 친이계의 진성호 의원 같은 경우 "박 전 대표는 전대(출마)보다는 국무총리를 하는 것이 낫다"면서 ‘황당한 총리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당 대표 추대론’이 조금씩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표 추대론은 독(毒)일까? 아니면 약(藥)일까?

일단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약이다.

한나라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박 전대표가 유일하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정책, 민주당의 후보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4대강사업,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는 세종시 수정안 등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에 분노했고, 그런데도 이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미움이 한나라당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자면, 여당이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오만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서 보여주어야만 한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추대 되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국민들의 노여움도 서서히 풀릴 것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박근혜 대표 추대론은 확실히 여당에 약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어떤가?

물론 쓰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독(毒)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 정권의 몰락과 함께 박 전 대표 역시 동반 몰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독배를 마셔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국민들은 어느 한 정당의 일방 독주를 원치 않는다.

양당이 서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이 이뤄질 때 비로소 정치가 제대로 굴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지금처럼 계속 방치해 둔다면, 민주당 독주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들은 정부 여당의 독주를 원치 않았듯이 민주당의 독주 또한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기꺼이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당 대표 추대를 수락해야 한다는 말이다.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될 수도 있다.

즉 당 대표로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그에 맞서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줄 수만 있다면, 대표직은 독이 아니라 약이 되는 것이다.

다만 ‘국무총리론’은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현행법 상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의 수반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의 조력자로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을 적극 도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만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힘을 모아 4대강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가정해 보라. 국민들이 그런 한나라당에게 힘을 실어 주겠는가?

또 국민들이 그런 박 전 대표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지지하겠는가.

‘박근혜 국무총리론’은 한나라당에게도 독이고, 박 전 대표에게도 독이 될 뿐이다.

더구나 그것은 원칙도 아니고, 정도도 아니다.

당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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