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이명박-이회창, 혹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09 11: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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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뭔가 꺼림칙하다. 영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어느 날 갑자기 당 대표직을 사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 비공개 토론에서 느닷없이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대체 그가 이토록 급작스럽게 대표직에서 물러날만한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그는 "패배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내게 있는 만큼 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사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이다.

사실 선진당은 ‘원내 3당’이라고는 하지만, 국회 원내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군소정당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선진당 지지율은 5%도 채 안 된다.

그런 정당이 광역단체장 후보를 한 사람 당선시켰다면, 그것은 결코 ‘패배’라고 할 수 없다.

실제 선진당은 선거 직후인 지난 3일 ‘절반의 승리’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당시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충남도지사는 아슬아슬하게 놓쳤지만 큰 표차로 대전광역시장을 탄생시켰고 기초단체장도 열세명이 승리했다"면서 "창당이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이고, 지자체장을 하나도 갖지 못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방정권을 상당수 차지한 어엿한 정당으로 우뚝 섰다"고 자평했다.

지난 3일까지만 해도 ‘절반의 승리’라고 자평했던 선진당이 불과사흘 뒤인 7일에는 ‘선거패배에 따른 대표 사임’으로 상황이 180도 뒤바뀐 셈이다.

결과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이 대표의 태도만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 사흘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보수대연합’을 거론한 점에 비춰볼 때, 뭔가 물밑에서 상당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연합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어쩌면 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미 ‘보수대연합’이라는 명분아래 서로 손을 잡기로 합의했는지도 모른다. 둘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자나 깨나 오직 ‘박근혜 견제’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 그를 견제하기 위해 ‘정운찬 카드’를 꺼내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정몽준 카드’ 역시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고심하던 차에 ‘이회창 카드’를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대표 역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차기 대권을 꿈꾸는 그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민 손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자유선진당 후보로 차기 대선에 나가는 것보다는 거대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꿈에 그리던 ‘박근혜 견제 카드’를 가질 수 있어서 좋고, 이 대표 역시 그토록 염원하던 ‘대통령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이런 이유로 ‘보수대연합’이라는 틀이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빤하다.

먼저 이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수정안은 이미 물 건너갔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를 압박해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는데, 선거참패로 ‘당론채택’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0%다. 그렇다면 굳이 표결에 붙여 부결되는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이 대통령이 ‘포기선언’을 하는 게 모양새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

아무튼 이 대통령은 조만간 ‘수정안 포기 선언’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해 이회창 대표는 감사를 표하면서 ‘보수대연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만 합당하는 게 아니라 이미 합당을 선언한 미래희망연대도 ‘보수대연합’에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그 대가로 한나라당 대표가 되거나 국무총리 자리를 보장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 깨시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보수 분열로 인해 참패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등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에 분노한 민심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대표가 ‘보수대연합’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당장 중단하라.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분노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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