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꼬락서니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6.2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회초리를 맞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즉각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7~8일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정부가 4대강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반면 '4대강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32.6%였고, '4대강사업을 추진하되 속도를 조절하고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무려 46.8%에 잘했다.
결국 국민 79.4%가 4대강사업을 멈추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이에 대해 제동을 걸기보다는 ‘MB 나팔수’가 되어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을 왜곡 선전하려 들고 있다.
실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서 수질을 개선하고, 환경을 되살리는 사업”이라며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즉, 4대강 사업은 괜찮은 사업인데 국민들이 무식하고 잘 몰라서 나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는 말이다.
참 답답한 사람이다. 이런 그릇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있으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를 한 번 보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일 한나라당 패배 원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4대강 추진이라는 응답이 3명중 1명꼴인 34%로 가장 많았다.
이 조사는 지난 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였다.
‘북풍’이나 ‘노풍’ 같은 바람도 아니고, ‘야권단일화’도 아니다. ‘세종시 수정안’도 아니고 ‘친이-친박 갈등’도 아니다.
바로 무자비한 4대강 사업 강행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 당의 원내대표이자 비대위원장이라고 하는 사람을 보니 아무래도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는 ‘구제불능당’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홍정욱 권영진 김성식 의원과 같은 중립 진영의 젊은 의원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9일 18대 국회 개원 이래 처음으로 전체 모임을 가졌다.
전체 초선 89명 중 58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정욱 의원은 4대강 사업, 북풍(北風), 권력독점, 정책갈등, 개인 자유 침해 등을 선거의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진 의원은 “초선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인적개편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김성식 의원은 “수평적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앞으로 청와대가 당 인사에 대해 더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선거 패배의 책임이 큰 사람들은 자숙하고 불출마해야 한다"고 친이 핵심 세력들을 향해 포문을 열기도 했다.
이들이 그나마 한나라당에 미련을 갖게 하는 지도 모른다.
문제는 왕당파다.
지금 당내 쇄신 바람에 맞서 청와대를 옹호하는 친이 왕당파들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쇄신 논의가 또다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은 지금 홍정욱 권영진 김성식 의원에게 희망을 갖고 지켜 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승리하면 그나마 한나라당을 향한 국민들의 회초리가 사랑으로 바뀔 수 있겠지만, 만일 왕당파가 승리한다면 한나라당은 그날로 끝장이다.
과연 한나라당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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