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4일 라디오 연설은 '쇠귀에 경 읽기'란 표현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
그는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민심이야 어찌됐든 자신의 고집대로, 자신의 정책을 집권하반기에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마디로 대국민선전포고인 셈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8시 TV와 라디오 생중계된 국정연설을 통해 4대강 문제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강행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4대강은 국책사업으로 과거에도 큰 국책사업에 언제나 반대는 있었지만 국가경제 큰 기여를 했다”며 국민들의 반대를 ‘관성적 반대’,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련한 짓’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연설 말미에 “선거에서 졌을 때 정부와 여당은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하며,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탓 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한나라당 내에서 국정쇄신을 주장하는 초선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 한나라당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때 한나라당은 ‘거수기’ 노릇을 했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는 ‘나팔수’를 자청했다. 세종시 문제 역시 수정안 당론 병경을 위해 나팔수를 자임했던 국회의원들이 어디 한 둘인가. 만일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마저도 이 대통령 뜻대로 밀어붙이고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 국민의 반대에 직면한 미디어법은 물론 4대강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등 모두가 이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는 것들 아닌가.
즉 이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 참패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여러 차례의 선거가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만일 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었다면, 결과가 이토록 참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앞으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은 벌써 7.28 재보궐선거에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해 ‘확인사살’ 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활활’ 타오르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이 대통령의 연설, 즉 오만과 독선적 시각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인 연설로 인해 폭발일보 직전에 다다르고 말았다.
6.2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먼저 이 대통령에게는 한반도대운하로 의심받는 4대강 사업, 특히 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한나라당에게는 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또 다시 ‘거수기’ 노릇을 하거나 ‘나팔수’ 노릇을 할 경우,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과거 어떤 정권도 이러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행하면서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단기간에 완결하려고 하는 무리수를 둔 일이 있었는가. 대체 어떤 정권이 자신의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법을 무시하고 탈법적으로 강행한 일이 있었는가.
그런 정권은 없었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국민의 눈치는 어느 정도 보아 가면서 일을 했다. 그런데 유독 이명박 대통령만 국민을 이처럼 무시하고 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설사 대통령의 뜻이 옳다고 해도 그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이다. 하물며 옳지도 않은 일을 이처럼 고집하고 있으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끝으로 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부디 이 대통령은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 앞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면 국민들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만일 이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계속해서 독단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이를 ‘해당행위’로 간주해 이 대통령의 출당을 결의 하라.
그것이 7.28 재보궐선거는 물론 19대 총선에서 그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대통령의 대국민선전포고에 분노한 국민의 총부리는 이제 한나라당을 겨누고 있다.
6.2 지방선거에 표출된 민심으로 부족하다면, 7.28 재보궐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확인사살’하는 것으로 분노한 민심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가 되고 말았다. 그와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하다가 동반몰살을 당하든지, 아니면 그를 버리고 새로운 배로 갈아타 살길을 찾든지 그 선택은 이제 그대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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