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역시 박근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21 17: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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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른바 'MB노믹스'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성과라고 자부하는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21일 이명박 정권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화합과 성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도 봐야 하는데 (이 부분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소득분배나 양극화 문제가 무척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고, 국가부채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신뢰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도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을 상대로 따가운 질책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는 거시경제 지표를 들며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지니계수가 증가하는 등 소득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중산층은 위축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사회통합 와해로 인해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청년실업률 증가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경제 정책에 있어서 국민 화합에 대한 배려가 불충분하다"면서 "경제 정책 운용의 주안점을 서민과 젊은 층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지적은 예사롭지가 않다.

상당히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MB노믹스'라고 불리는 이명박 경제정책은 재벌위주 정책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서민’을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간의 정책 간극이 너무나 넓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목표는 ‘성장’에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경제 정책의 목표는 ‘소득분배’에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양극화의 부작용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과 경제가 좋아졌더라도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되면 소용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한 배를 타고 갈 수 있겠는가.

어쩌면 박 전대표가 전대 출마를 간곡히 권유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요청을 뿌리치면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발언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이명박’을 위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긴 것 같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사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그가 ‘소득분배’를 강조한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여당은 ‘성장제일주의’를 강조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는 불가피한 부작용쯤으로 치부했던 게 사실이다.

‘소득분배주의’는 민주당 등 야당에서 주장했던 것이고, 그래서 이를 강조하면 ‘좌파’로 매도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성장 제일주의, 재벌 우선주의라고 불리는 'MB노믹스'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소득분배’를 강조하고 있으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변화였다.

이미 박 전 대표 자신도 자신의 정체성을 ‘중립’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즉 ‘보수’니 ‘진보’니 하는 고리타분한 이념논쟁에서 탈피해 ‘무엇이 국민을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보수정책도 사용할 수 있고 진보정책도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앞서 18대 전반기 국회에서 보건복지위를 자청한 것도 ‘소득분배’정책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시 박근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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