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른바 ‘반성문’이라는 걸 올렸다.
정 고문은 이날 오전 '정동영의 반성문- 나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다' 제하의 글을 통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는 2007년 대선에서 최악의 참패로 정권을 넘겨 준 장본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대선 후보로 준비가 부족했다"며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했고 치밀하게 준비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특히 그는 2009년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가 복당한 것과 관련, "당과 당원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면서도 "'일단 국회로 돌아가 허약한 당을 돕자'는 생각에 전주 출마를 강행했다"고 변명했다.
그의 반성문이라는 걸 보면, 역시 ‘정동영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말 반성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려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 고문의 반성문에 눈곱만큼의 진정성이라도 담겨 있다면, 그는 9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의 반성문을 보면, 마치 그 때는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지만 지금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궤변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그가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의 행보가 한나라당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무엇이 다른가?
먼저 정 고문은 여야가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수도권 지역구를 포기하고, 지난 4.29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출마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거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고물’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당시 안희정 최고위원이 “전주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지역이다. 어려운 싸움이어서 중량급 후보가 필요한 선거가 아니다. 민주당 후보라면 어렵지 않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선거”라면서 “민주당 최고위원의 한 사람인 저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공천에 반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겠는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사실상 사망선고라는 20%대에서 30%대를 오락가락 할 만큼 형편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한나라당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정동영 고문과 같은 거물급 정치인이 수도권 지역, 즉 인천부평을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그곳에서 승부수를 띄워 줬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손쉬운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는 당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손학규 전 대표와도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10.28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그에게 수원장안 출마를 간곡히 권유했다. 만일 손 전 대표가 출마했다면, 그가 원내에 진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그는 '반성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불출마’의사를 전했다.
그는 "내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번 장안 선거에서 손학규가 이기면 '거물'이 당선 되는 것이지만, 이찬열이 이기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는 이찬열 후보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했고, 결국 민주당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오직 ‘금배지’를 달기 위해 손쉬운 호남 지역구를 선택한 정 고문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여의도 입성을 포기한 손 전대표의 행보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반성문 역시 달랐다.
정 고문은 반성한다면서도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고, 손 전 대표는 반성하기에 수원장안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 고문과 손 전 대표가 쓴 두 개의 반성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되는가.
국민들은 손 전 대표의 반성문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폴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상대로 ARS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2%포인트), ‘당의 변화와 쇄신을 잘 실천할 대표’로 손학규 후보가 30.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정동영 고문은 비록 2위 자리에 오르긴 했으나, 지지율은 16.2%에 불과했다. 이는 손 전 대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당내 장악력은 정 고문이 더 막강할지 몰라도 민심은 손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정 고문의 반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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