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위장전입 내각과 도덕불감증 시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15 0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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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권의 8.8 내각은 한마디로 ‘위장전입 내각’이다.

우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게는 ‘위장전입의 달인’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한 두 차례도 아니고, 무려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신 내정자는 1995년 7월 경기 고양 일산 밤가시마을로 이사한 후 세 딸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점마다 좋은 학군으로 매번 위장전입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 내정자가 일산 밤가시마을을 '거점'으로 자녀 진학시기에 맞춰 다른 곳으로 주소를 잠깐 옮겼다가 다시 원주소지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위장전입을 5차례나 반복했다는 것.

실제 신 내정자는 95년 7월 밤가시마을로 이사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인 같은 해 10월 일산 마두동 강촌마을로 전입했다. 강촌마을은 일산의 대표적 우수학군지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당시 그의 장녀는 6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었다.

이후 4개월만에 다시 밤가시마을로 재전입했다가 1999년 8월 강촌마을로 전입한 후 6개월 만에 다시 밤가시마을로 전입했다.

2000년 7월에는 신 내정자의 배우자인 윤씨가 차녀를 데리고 신 내정자와 세대를 분리해 일산 후곡마을로 전입하는 데 당시 차녀 6학년 2학기를 다니는 중이었다.

이후 3개월만인 2000년 12월 윤씨는 다시 밤가시마을로 전입해 왔다가 다시 3개월만인 2001년 3월 2일 삼녀(당시 4학년 1학기 재학)와 함께 세대분리를 하고 후곡마을로 전입을 했다.

후곡마을 전입 후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2001년 3월 13일 윤씨는 다시 삼녀와 함께 밤가시마을로 주소를 옮겼다고 한다.

이쯤 되면 ‘위장전입의 달인’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 내정자만 위장한 것이 아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8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2006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살면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용인에 있는 S아파트에 위장전입 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넓은 집에 모시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용인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다"고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심지어 법집행자인 경찰청장 후보자인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도 부인과 딸이 98년 11월부터 99년 2월까지 석달간 당시 살던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종로구 사직동으로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 이들 위장전입자들은 모두 ‘낙마’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나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추어볼 때 당연히 그들은 낙마하는 게 맞다.

DJ 정권 당시, 장상 국무총리 내정자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끝내 총리 자리에 오르지 못했으며,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는 위장전입으로 인해 취임 58일 만에 중도 낙마하기도 했다. 주 전 장관은 당시 “무거운 죄를 범했다”고 고백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잣대’가 달라졌다.

실제 정운찬 전 총리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그대로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장관들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으나 그로 인해 낙마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그런 사실이 나타날 때마다 ‘위장전입 등 사소한 문제가 있다’는 논평을 하기도 했다.

DJ 정권 당시에는 장관을 낙마시킬 만큼 ‘무거운 범죄’에 속했던 위장전입 문제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소한 문제’로 돌변한 것이다.

참으로 심각한 ‘도덕불감증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청문회 기준은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도덕성 기준이 약화되어서도 안 된다.

위장전입하고 탈루한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고위공직자로 임명된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도덕성도 덩달아 추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국민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죄는 죄도 아니다’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흉악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부녀자 어린이 납치 살인사건'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 아닌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이명박 정권이 ‘위장전입’이라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사소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도덕불감증이 날로 심각해 지는 것이다.

나랏님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수준이 추락한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가 있던가?

위장전입 내각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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