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실세들 간의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이다.
지금 이른바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상득 의원)으로 통한다)’이라고 불리는 이상득 의원과 친이 핵심 소장파인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 간에 앙금이 내재된 공치공방이 한창이다.
실제 이들 친이 소장파 의원들은 최근 드러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이상득 의원을 그 배후로 지목하면서, 연일 폭로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또한 8.8 내각에서 김태호 총리 지명자 등 무려 3명이 낙마한 것에 대해 “청와대 검증시스템 실무자 처벌”을 강조하는 등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펼치고 있다.
물론 민간인 불법 사찰은 반민주적 행태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 배후가 있다면, 그가 누구든 당연히 진상규명과 함께 그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 후보로 천거한 세력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남이 옳다.
그런데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의 행보가 수상하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민간인 불법 정치사찰 배후로 이상득 의원을 지목하면서도, 그 사실을 가지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일 그들의 말대로 이상득 의원이 그 배후라면 정치적 공세로 그칠 게 아니라,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권력남용방지 차원에서라도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청와대 측의 사과를 요구할 뿐,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할 생각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진상규명을 위한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으면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말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검찰에 고발할 경우, 자신들과 연계된 어떤 비리가 드러난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자신을 사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은 없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그는 "세 의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의혹은 월간지나 (사정기관) 첩보를 통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밝혔다.
즉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총리실(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면에 나서서 이 문제가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번진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원천적으로는 자신의 주변관리를 잘못한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
특히 8.8 내각 구성 과정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한 그룹 역시 이들 친이 소장파 의원들이었다고 한다.
즉 정두언 최고위원이 최근 "청와대에 차지철이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라며 8.8 내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으나, 어불성설이라는 것.
사실 8.8 내각은 이른바 ‘걸레 내각’이라고 불릴 만큼, 아주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이를 비판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김태호 총리 내정자 지명에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그를 비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웃기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데 <중앙일보>는 8월 10일자에 "(김태호 후보자가) 친이계 소장파 의원 여럿을 우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한 의원은 지난달 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태호를 계파의 얼굴로 내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보도했고,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정두언 최고위원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 사람이 총리가 됐고, 이재오 의원이 내각에 들어간 만큼 상대적으로 '이상득계'가 힘이 빠졌다고 볼 수 있다"는 친이 직계 의원의 발언이 실렸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는 "김태호가 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 친이 소장파들이 그를 박근혜의 대항마로 생각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청와대에 대해 검증의 잘못을 묻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라는 것.
그런데도 정두언 최고위원은 "나는 내각인사 추천은커녕 단 한 차례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말이 옳은 것인지 필자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정말 깨끗하고, 주변에 한 점 의혹이 없다면, 당당하게 이상득 의원을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 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처럼 변죽만 울리다 말면, 그들을 둘러싼 이런저런 무성한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친이 핵심 소장파인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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