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개헌, 여야 주류는 通했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9-06 15: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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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개헌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며 ‘개헌론’을 재점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9월 정기국회가 개헌논의 국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개헌론은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주류인 친이계 핵심 인사들이 때마다 불을 지펴왔던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들은 이른바 이원집정부제라고 불리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그저 명목상의 국가원수일 뿐이고,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국무총리가 전권을 거머쥐는 제도다.

그렇다면 여권 친이계가 추진하고 있는 분권형 개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단순히 개헌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친이계는 개헌안과 함께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개편을 미끼로 내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이원집정부제 개헌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실제 이 특임장관은 지난 1일 취임 인사차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개헌과 선거구제, 정당제도 등을 다 묶어 일류국가, 선진국형 정치를 한번 할 때가 됐다"며 개헌과 동시에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류 측도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 주류로 분류되는 이낙연, 우윤근 의원 등 호남권 의원들 상당수가 내각제 등 분권형 개헌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강봉균 의원은 지난 5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고 민주당 지지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서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기 위하여 원내대표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분권형 개헌’ 공약을 내세운 강 의원은 박지원 의원과 2차 결선투표까지 갈만큼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민주당내에 ‘분권형 개헌’ 선호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어쩌면 민주당 주류 측은 ‘어차피 집권하지 못할 바에 한나라당 친이계와 결탁, 이원집정부제 같은 분권형 개헌을 통해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여권 친이계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능가할만한 친이계 대선 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민주당 주류 측과 권력을 분점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더구나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영호남 패권주의를 고착시킬 수만 있다면, 친이계나 민주당 호남 주류계가 이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나선다면 개헌논의를 할 수 있다”고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여권 친이계 핵심인사들이 민주당 주류 측인 김 모, 정 모, 박 모 의원 등과 연쇄 접촉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한마디로 개헌과 관련, 여권 주류와 야권 주류가 서로 통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선 여권에서는 비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실제 '박근혜'라는 유력 차기 주자를 보유한 친박계는 여권 주류의 개헌론이 박근혜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분권형 개헌이 사실상 차기 권력구도에서 박 전 대표의 손발을 묶어놓으려는 것 아이냐는 의구심이다.

실제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올해 정기국회로 시간표를 정하고 권력분산을 전제로 개헌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며 "자연스럽게 국민과 국회 내에서 논쟁이 일어나야 하며, 권력분산을 전제로 한 접근은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비주류인 손학규 상임고문 측이 반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개헌은 차기 대권 주자가 입장을 밝히고 여론을 수렴한 뒤 차기 정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손 고문은 지난달 “정권연장의 술책인 여권의 개헌 시도에 야권이 야합하는 행위가 있다면 민주세력의 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즉 여권 주류 친이계와 야권 호남 기득권 세력이 야합해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따라서 여권 주류와 야권 주류가 서로 통했다고 하더라도 개헌논의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국민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데, 기득권 세력들끼리의 통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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