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폭락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이 동반하락해도 그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참 희한한 일이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둘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율마저 동반하락 했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놓았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추락하면 여당은 물론 여당 소속 대권주자의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박 전 대표만큼은 이런 현상에서 예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국민들은 박 전 대표를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과 동일한 그룹으로 여기지 않고, 여권과 구별시켜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레시안>이 창간 9주년을 맞아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30.5%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2위로 지목된 오세훈 서울시장(10.2%)과도 20%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압도적 지지율이다. 박 전 대표의 견고한 위치를 재확인한 셈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20대에서도 1위를 차지한 유시민 전 장관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대 조사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1.8%로 박 전 대표(17.0%)를 제쳤다.
하지만 그 차이는 오차범위 내로 극히 미미했다. 20대 역시 박 전 대표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이다.
20대를 대상으로 다른 여권의 대권주자도 선호도를 조사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20대는 여권성향의 대권주자는 물론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경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2%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은 반면 20대에서는 3.2%로 급락했다.
결국 20대들은 김문수 지사는 여권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하지만,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한통속’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진보 성향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실제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에서도 박 전 대표는 26.6%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만일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박 전 대표를 이 대통령이나 여권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를 지지했겠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호남, 즉 광주시와 전라남북도 지역에서조차 박 전 대표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16.2%)보다 0.1%포인트 높은 16.3%를 얻어 근소한 차이지만 1위 자리를 지켰다.
역시 박 전 대표를 이 대통령과 동일시하거나 한나라당과 동일시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높은 지지율이다.
결국 국민들은 박 전 대표를 ‘이명박 대통령과는 별개인 여권 정치인’이자 ‘한나라당과도 무관한 정치인’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비롯해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여전히 분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연 박 전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 그리고 그 행보가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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