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스파트너스'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공동조사한 '국민의 생활현황 및 정치인식 조사'(이하 국민정치인식 조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한번 살펴보자.
이 조사는 온라인 패널리서치 전문기관인 '패널인사이트'에 패널로 가입되어 있는 84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표본수는 1000명으로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역할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정권 재창출 능력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 55.5%에 이르는 반면에 정권 재창출 능력이 있다는 의견은 17.3%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의 차기 수권능력에 대해서도 국민의 37.4%가 부정적인 반면 '수권능력이 있다'는 의견은 19.7%로 매우 낮았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한나라당은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不通)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나라당에 대해 응답자의 5.4%만 '국민과 소통 잘된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마디로 ‘차기 대선에서 불통정당 한나라당 후보는 국물도 없다’는 표현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즉 한나라당 후보는 정권 재창출의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동일한 여론조사기관이 동일한 방법으로 같은 날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치인의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정치인 8명 중에서 박근혜가 유일하게 호감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9%가 박 전 대표를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절반이 호감(50%)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호감은 27%에 불과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20개 이미지 속성 항목 중 11개 항목에서 압도적 혹은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위와의 격차가 무려 2배 이상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불통정당’이라며,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정권 재창출을 못한다’(55.5%)고 하면서도, 차기 대통령 감으로는 한나라당 소속인 박 전 대표를 꼽고 있는 것이다.
이율배반이다.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구분지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박 전 대표는 비록 친이계와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MB를 중심으로 하는 친이계와 ‘한통속’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대신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질 때도 그는 ‘원안+알파’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외면한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수정안 방침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국민들과는 끊임없이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추석맞이 인사를 유투브를 통해 공개했는가하면, 앞서 지난 6월부터는 트위터를 통해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한 것도 소통의 방식이다.
한나라당이 ‘불통정당’이라고 낙인 찍혔음에도 박 전 대표가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주요인이 어쩌면 ‘소통’에 있는 지도 모른다.
문제는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 친이계의 견제를 뚫고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 경선을 통과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국민들이 과연 한나라당과 그를 구별하여 끝까지 지지해 주겠느냐 하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박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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