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와 손학규, 이 점을 경계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05 15: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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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어제 필자는 2012년 대통령 선거는 결국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한판 승부가 이루어질 것 같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그 내용에 대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보수 웹진은 물론 진보 웹진에서도 ‘맞느니, 맞지 않느니’ 하면서 댓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의 칼럼을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을 간략하게 재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했다. 손학규 대표가 가장 앞서고 있으나, 겨우 5%를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10.3 전당대회에서 승리함에 따라 그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를 것이고, 정동영, 한명숙, 정세균 등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을 대거 흡수하면서 순식간에 10%대를 돌파하게 될 것이다.

이후 ‘손학규 대세론’에 탄력이 붙으면, 20%대를 돌파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동영, 한명숙, 정세균 등을 지지하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탈해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 대표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하게 될 것이고, 결국 두사람 모두 20% 내외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놓고 접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의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실상 후보 단일화가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6.2지방선거 때에는 ‘반 MB 연대’라는 확실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는 ‘MB 시대 종말’이 예정된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단일화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즉 손 대표가 독보적인 대권주자가 되지 않는한 야권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럼 손 대표는 어찌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보다 강력하게 제동을 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줌으로서 유 전 장관으로 가는 이탈표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19대 총선의 공천 문제다.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출마한 은평을에 장상 후보를 공천한 것처럼 황당한 ‘제 식구 공천’의 과오를 되풀이 할 경우, 손 대표의 앞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떨까?

야권에 부는 ‘손학규 대세론’이 오히려 그에게는 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여권 주류, 즉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이상득 의원 등 친이 핵심세력들은 모두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지만, 손학규 대표가 야당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그 같은 음모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차기 총선에 불안함을 느낀 여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향해 ‘SOS’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는데, 현재 여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다.

즉 야권에서 부는 ‘손학규 대세론’이 여권의 ‘박근혜 대세론’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30% 내외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바람을 타면,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등을 향하던 지지자들이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해 박 전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지지율 40%대를 돌파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도 경계해야할 부분이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실상 땅바닥이다.

단순히 ○×로 응답해야 하는 국정지지율 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MB 지지율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비교분석이 가능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된다.

그런데 지난 달 24일 시사주간지 <시사IN>가 창간 3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34.2%로 1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5.3%로 2위, 김대중 전 대통령은 18.2%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신뢰도는 겨우 6.4%에 불과했다.

물론 그래도 전두환(2.5%), 이승만(2.2%), 김영삼(1%), 최규하(0.9%), 노태우(0.5%), 윤보선(0.3%) 전 대통령 등에 비하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이 현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신뢰도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의 신뢰도가 땅바닥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을 경우, 박 전 대표의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결정적 이유는 박 전 대표가 여당 내 야당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적절하게 견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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