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가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는 민주행정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전국의 자치단체는 민선 단체장과 의회를 중심으로 주민에 대한 서비스와 지역발전현안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시책도 자치단체의 이러한 자주적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치행정과 긴밀한 관계를 지닌 지방재정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방재원은 모든 자치단체에 골고루 배분되어 가능한 한 자치단체가 행정기능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재원을 자주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지방자치 형태다.
그러나 서울 25개 자치구의 재방재정권은 너무나 취약하다.
무늬만 지방자치일 뿐, 재정권은 사실상 전무해 서울시에 예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2011년 예산편성 위기에 봉착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치구 부담의 시·구 협력사업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1년 1월 1일자 지방세법 개정으로 서울시와 자치구간 세목 교환이 이뤄지게 되면, 자치구의 세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자치구 자체의 고유사업은 물론 법적 보조 사업이나 경상경비의 편성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지난 8일 구청장들이 모여 ‘투쟁불사’를 결의했겠는가.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아니라 각 자치구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광역단체 아니라 기초단체에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방재정권은 광역단체보다 기초단체에 더 많이 부여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지방소비세의 경우, 구세가 아니라 시세로 모두 서울시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유덕열 동대문 구청장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재정 확충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소비세가 도입되었으나 현실적으로 25개 자치구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기초단체의 재방재정 확충을 위해 도임된 제도가 자치구 재정에는 도움이 안 된고 있다는 것.
따라서 지방세의 절반가량을 자치구로 배분해야 한다는 게 유 구청장의 주장이다.
법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유 구청장의 제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김성환 노원 구청장과 이해식 강동 구청장 등은 시·구간 세목교환으로 조정교부금이 자치구는 총 923억원이 감소되는 반면, 서울시는 1072억원의 수입증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치구의 조정교부금 감소분에 대하여 재정보전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더구나 서울시의회에서도 취·등록세를 현행 50%에서 60%이상 상향 조정하는 조례를 만든 만큼, 시는 이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2011년 시비보조사업 등 보조율 재조정을 건의했다.
내년에 자치구 재정이 경기침체와 세입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전망되고 있는데도 국· 시비 매칭사업의 구비 분담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자치구의 어려운 재정형편을 반영한 새로운 보조율 기준마련 등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문 구청장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다.
급기야 참다못한 서울 구청장들이 ‘길거리에 나서겠다’며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구청장협의회 회장인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양치는 목동과 같은 존재인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결의문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구청장들이 뿔났다는 말이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태도가 따르지 않을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 갈등에 이어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 같다.
모쪼록 서울시는 지방자치제도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도록 기초 자치단체 재정권 확대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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