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여야는 개헌 합의내용 공개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21 13:47:1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21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입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유시민 원장은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개헌론과 관련, 17대 국회 여야 합의사항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라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유원장은 이날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도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원 포인트 개헌,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부통령을 두는 정-부통령제를 제안 하셨을 때, 여야 모든 정당들이 서면으로 (18대)국회에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하겠다고 약속하고, 대신 대통령이 헌법발의 안 하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며 “그런데 공당들이 백주에 국민 앞에서 한 약속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지금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침묵하고 있는 여야를 향해 “신뢰 없는 정당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민들은 17대 국회 당시 여야 4개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모여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자’는 것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그 방향이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 어느 정당도 그 내용을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속여 왔던 것이다.

실제 지금 여야에서 개헌을 언급하는 자들은 모두가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론 자들뿐이다.

우선 여권의 개헌론자들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모두 분권형 개헌론자들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을 만나 “내가 (대통령직을 수행)해 보니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더라”면서 분권형 개헌을 적극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또 이 특임장관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 방향과 관련해 분권형 개헌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안상수 대표 역시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가 자신의 소신임을 밝히며 개헌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에도 분권형 개헌론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지난 5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분권형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운 강봉균 후보가 박지원 후보와 결선투표를 벌일 만큼 많은 표를 얻은 바 있다.

이들 개헌론자은 이구동성으로 개헌이 17대 국회 합의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17대 국회 당시 합의사항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였다.

유시민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여야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당시 합의 내용을 ‘4년 중임 정-부통령제’라고 밝힌 만큼, 여야 각 정당은 당시 서면으로 합의한 내용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에 대해 침묵하는 정당은 유 원장의 말처럼 “신뢰 없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재 일관되게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 사람 밖에 없다.

실제 박 전 대표는 2004년 3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은 저의 평소지론으로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한다고 본다”고 밝혔고, 같은 해 4월 29일에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말해 온 개인적 소신이고,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당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었다.

이듬해인 2005년 7월 17일에는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정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훨씬 낫다. (대통령제의 형식은) 미국식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2009년 5월 9일에도 샌프란스시코에서 동행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년중임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건 전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며 찬성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는 또 같은 해 5월 6일 지난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연구센터 초청강연에서 한 미국 정치학자가 4년 중임제 개헌과 대선 및 총선 동시실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전부터 두가지 모두 찬성해 왔다”고 밝혔었다.
즉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를 동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즉 여당의 정치지도자인 박 전 대표와 야당의 정신적 지주인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일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여론도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4년 중임제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은 계파 욕심을 버리고 ‘4년 중임 정-부통령제’ 하나만 놓고, 개헌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시 한 번 여야 각 정당에 촉구한다. 17대 국회 합의 사항을 숨김없이 국민 앞에 공개하라.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