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개헌문제가 ‘친이-선진당’ 대 ‘친박-민주당’의 새로운 ‘짝짓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치권 이슈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여야가 편을 갈라 공방을 벌이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여권 친이계와 자유선진당은 개헌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반면, 여권 친박계와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여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 및 안상수 당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권력분산형 개헌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핵심인사들은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면 개헌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대표는 지난 3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개헌을 서로 공론화해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재오 장관은 더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 "개헌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치인이 권력의 필요에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 깨끗한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특히 "(개헌) 논의의 틀, 논의의 계기는 특임장관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 불씨를 자신이 직접 살려 나가겠다는 뜻이다.
1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개헌론이 불거져 나왔다.
한나라당 친이계인 조진형 의원은 “정치적 이해와 당리당략적 발상을 버리고 즉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개헌은 미래 국가발전을 위해 국가적 과제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권 친이계의 ‘개헌 불 지피기’에 자유선진당이 가세하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조건 없는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자 18대 국회에 부여된 역사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지난 28일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개헌문제와 관련,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50∼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개조를 위해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개헌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친이계와 선진당이 개헌에 관한한 뜻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 친박계의 생각은 다르다.
친박계 이종혁 의원은 “개헌은 국민통합과 정치권의 분열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제안되거나 시기가 선정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만약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 출신 인사가 차지할 경우 더욱 강력한 권력 집중이 예상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반대다.
손 대표는 먼저 친이계가 개헌론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는 “개헌이야말로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으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사람들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그런 생각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개헌쪽으로 돌리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것.
그는 또 분권형 개헌론에 대해서도 "꼭 필요하다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생각할 수 있지만 현행 5년 단임제도 제대로만 하면 대통령이 사심없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개헌의 방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개헌발(發) 정치개편이 이뤄질 경우 ‘친이-선진당’, ‘친박-민주당’ 짝짓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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