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히 지켜보자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0-11-22 13: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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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시사평론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바람도 여러 가지가 있다. 겨울철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은 삭풍이다. 가을에 추풍, 여름은 하풍이 아닌 열풍, 봄에는 훈풍이다. 다정한 연인 사이 같은 훈풍이 우리 정치에도 일상으로 불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유난히 정치판에 바람이 세다. 강풍도 불고 역풍도 불고 미풍도 있다.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토네이도 같은 회오리바람도 있다. 그러나 훈풍은 별로다.

요즘 한국정치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무슨 바람일까. 왜, 무슨 이유로 부는 바람일까. 바람의 방향은 어디로 불어 갈 것인가.

‘너 죽어!!’ 할 때 네! 하고 죽는다면 얌전한 사람일까. 양순한 사람일까. 대개의 경우 얌전하게 죽는 경우란 없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어림도 없다. 죽어! 하면 내가 왜 죽어! 너나 죽어! 아니면 같이 죽자다.

민주당이 잔뜩 독이 올라 있다. 예산심의 거부다. 손학규 대표는 100시간 농성이다.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한다. 무엇 때문인가.

세상이 다 안다. 참 별의별 파동이 다 있다. 민간인 사찰. 대포폰 광풍이다. 청목회 바람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몹시 불안하다. 지금 이렇게 앉아 있어도 뒤에서 누가 무슨 조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높고 낮음이 없다. 전방위 사찰이다.

국정원장이 사찰을 당하고 여당의원들이 당한다. 야당대표도 당한다. 여기에 이용되는 것이 대포폰이다. 대포폰은 범죄자들의 장비다. 바로 이 장비를 청와대에서 사용했다고 야당이 펄펄 뛴다. 여당 중진들도 열불을 낸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그래서 야당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다. 여당 일부에서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못한다고 한다.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맞는가. 야당대표가 정치사찰을 당해 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이걸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면 참 딱하다. 죽으나 사나 가만있으라는 것인가.

야당은 설 곳이 없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 중에 의원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다. 복사판 수색영장은 관행이라 하지만 불법이란다. 한마디로 정부가 야당에 죽으라 하고 야당은 절대로 못 죽는다는 것이다.

광풍이다. 미친 바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을 대포폰으로 사찰을 하는가. 가만있으면 사람 축에도 못 들게 됐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등신이 되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사령탑이 되자 그를 맞이한 것이 대포폰 선물이다. 사찰 정국이며 청목회 사건이다. 난감하게 됐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가. 야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속에서 울화도 치민다. 명색이 그래도 제1야당의 대표이고 작심하고 지휘봉을 쥔 손학규 대표를 한나라당이 주저 없이 단호하게 몰았다. 퇴로가 없는 외통수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아프고 열이 난다.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선택은 투쟁밖에 없다. 국민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야당이 싸우지 않으면 누가 싸우는가.

진정 한나라당은 이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야당을 사지로 모는 것이 아니다. 사지에 몰리면 죽기 살기다. 이렇게 당하면서 민주당이 조용하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시원치 않은 야당이지만 썩어도 준치다.

오늘의 정국이 점잔 뺄 상황인가. 국민이 그것을 원하는가. 국민들도 가슴이 끓는다. 화가 안 나면 이상한 국민이다. 아프지 않으면 신경 없는 국민이다. 도무지 되먹지 않은 정치다. 한다는 것이 부자 세금 깎아주는 것인가.

한나라당은 자꾸 국민을 들먹이지만 한나라당 잘 한다는 국민 별로 없다. 왜 겁을 내는가. 당당하게 국정조사를 하면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는 것인지 밝혀질 것이 아닌가.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국민은 믿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 이럴 때 몸을 던지지 않으면 대표 자격도 없다.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있다. 의회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검찰은 제 마음대로다. 수사 중에 알게 된 정보를 마음대로 흘린다. 빨대다. 감옥감이다. 노 대통령 차명계좌도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흘리는 것도 전직 중수부장 이인규다. 박지원 우윤근에게 박연차가 달러를 주었다고 흘린다. 국회증인 출석도 거부했다. 검찰을 믿게 됐는가.

이인규는 검찰 재직 중에 알게 된 정보를 잘도 써먹는다. 겁도 없이 흘린다. 전직 검사가 스스로 법을 어겼다. 이 정보를 조선일보는 받아쓰고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야당대표와 법사위원장은 똥바가지를 쓴다.

연이어 터지는 청목회 사건. 사찰과 대포폰 등등. 야당의 존립은 이제 백척간두에 섰다. 지금 야당의 대표는 누구인가. 바로 손학규다. 손학규의 가슴이 왜 안 찢어지겠는가.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몸을 던지는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처지가.

정치인은 몸을 던질 때 던져야 한다

손학규는 비장하다. 모든 것을 던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결연한 자세다. 물러날 곳이 없는 절벽 위에 선 심정이 보인다. 그의 얼굴이 말한다.

손학규에게는 원죄가 있다. 한나라당 시절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 공격했고 임기 말에는 ‘송장’이라고 까지 극언을 했다. 봉하 묘소까지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과를 한다고 지난 말을 회수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정치인을 말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다.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를 말하고 노태우가 ‘보통사람의 시대’를 떠벌였다. 지금도 형평을 말하고 공정을 말한다.

손학규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온몸으로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전하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이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다.

손학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100시간 농성에 들어갔다. 예산심의를 거부했다. 결연히 거부했던 청목회 관련 의원들의 검찰출두를 결정했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포폰을 비롯한 사찰관련 특검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손학규가 MB와 맞장을 뜸으로서 위상을 올리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위상을 올리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손학규가 둘 중에 어느 편에 서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손학규는 분명히 옳은 편에 서 있고 야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대표자리에 왜 앉아 있는가.

문제는 주저앉지 않는 의지다. 불굴이 투지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해 온 일을 보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그야말로 물에 물 탄, 술에 술 탄 정당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에도 그저 한번 지켜보자는 것이다. 벌써 박지원과 김무성이 협상을 한다는 말이 들린다. 협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협상을 어떻게 해서 무엇을 받아 내느냐는 것이다. 어떤 이상한 야당과 예산안을 심의한다니까 어마 뜨거라 허둥거리는 것은 아닌가. 협상과 거래를 혼동하면 손학규는 재생불능이다.

나라 꼴이 엉망이다

국정원 직원이 청와대에 파견되어 하늘같이 높은 직속상관인 국정원장을 사찰했다. 야당대표와 여당 국회의원들을 사찰했다. 이 사실을 확인하려 하자 전 국정원장 김성호는 ‘그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던가. 창피한 줄은 아는 모양이다.

점 하나도 고치지 못한다는 FTA는 조정을 한단다. 아예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다고 국민은 믿는다. 싹이 노랗다. 4대강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진 여주 ‘이포보’ 강에서는 훈련 중이던 공병부대 보트가 뒤집혀 3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연속극처럼 터지는 군의 사고. 이유가 무엇인가.

넓은 강폭을 바짝 좁혀 놨으니 물살이 셀 것은 뻔한데 위험점검도 없이 훈련을 했다. 억울한 죽음을 어쩔 것인가. 이러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라고 할 수 있는가. 군대 갔다 왔지만 지금 같으면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안 간다.

KBS의 ‘추적60분’의 방영으로 천안함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4대강 반대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국론은 갈가리 찢어진다. 부자 감세로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데 나 몰라라 다. 어쩌자는 것인가. 청와대에는 충간하는 참모도 없는가.

G-20은 정부의 선전과 기대와는 달리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이 울었는데 쥐 한 마리) 격이다.

나랏빚은 산처럼 쌓여가고 실업자는 늘어가고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는다.

엘리트의 30%가 이민자유가 있으면 해외로 이민 가겠다고 한다. 똑똑한 인간들은 조국을 등지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싫다는 것이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별의별 말들이 다 돈다. 싸우는 척 눈치 보다가 적당히 타협하고 기어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늘 그랬다. 한두 번 그런 꼴 봤느냐고 한다. 박지원이 누구냐고 한다. 박지원과 비교하면 손학규는 백면서생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란다.

이번에 아마추어로서 순수성이 증명되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찌든 때가 잔뜩 묻은 정치꾼들한테는 국민은 질렸다. 아마추어가 훨씬 순수하다는 것이다.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머리 굴리고 눈치 안 본다는 의미다.

손학규 대표에게 그것을 바랄 수 있는가. 자기 할 탓이다. 지금 목구멍까지 타오른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국민이 주시한다.

이번 손학규 대표의 분노와 투쟁이 진검승부가 될지 그냥 철커덕 빈 소리 한번 내고 칼 뽑았다가 힘없이 다시 집어넣을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그 결과에 따라 엉터리긴 하지만 지금 저조하다는 그의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다.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가.

모르는 것 같아도 국민은 현명하다. 꼼수는 금방 들통이 난다. 정면 승부해야 한다. 대표실 바닥에서 피를 토하더라도 얄팍한 타협은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손학규의 갈 길이다.

손학규 대표!! 마지막 기대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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