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들려주는 이야기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0-12-06 1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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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인천계양경찰서 효성지구대) 김미영(인천계양경찰서 효성지구대)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더 오랫동안 되새김하기 위해 사진을 찍곤 한다. 각 종 기념일, 졸업식, 결혼식, 가족사진 등 사진기 셔터를 눌러가며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아낸다.

내가 근무하는 지구대도 디지털 카메라가 5대가 있다. 모두 업무를 위해 쓰기 때문에 ‘추억담기’와는 거리가 좀 멀다. 오래 저장된 사진을 삭제하기 위해 보니 차와 차가 부딪혀 상처가 난 모습. 서로 싸워 피투성이가 된 얼굴, 난장판이 된 어느 빈 방, 각 종 술병들이 깨져있는 노래방, 지구대에서 난동을 피우는 주취자의 모습 등 추억이라고 하기엔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씁쓸한 장면들 뿐 이었다.

그 사진 속에 있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의 순간들이 그들에게, 또 경찰관에게 얼마나 쓰린 기억들일지는 우리만의 버리고 싶은 비밀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겠지만 한 번 받은 상처가 어디 쉽게 지워질까?

우리는 사진기만이 아닌 눈(眼)으로 찍는 장면들이 훨씬 많다. 그 중에는 평생 담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며,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관내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 몇 명이 추수감사절 행사를 했다며 항상 애쓰신다며 여러 종류의 과일을 주고 갔다. 우리에게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너무 예쁜 아이들을 보며 내 눈의 사진기로 그 장면을 찍고 또 찍었다. 과일을 담아 준 상자를 보니 위에 유치원생이 직접 쓴 편지가 보여 얼른 사진기를 들어 한 컷 찍었다. 마음에 오래오래 담고 싶은 편지였다.

눈(眼)으로 담든, 사진기로 찍든 그 누구의 모습을 찍더라도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즐거운 추억을 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끔은 지구대에 있는 사진기로 즐거움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셔터를 누르면 모두 웃고 있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찍고 또 찍는 상상을 해본다. 얼마든지 현실로도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당신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오늘 집 한구석에 놓아둔 카메라를 들고 즐거운 이야기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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