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겨울다운 날씨로 인천시내에 흐르는 굴포천이 꽁꽁 얼어붙었다.
하천을 유영하는 오리떼는 군데군데 얼음이 빈 곳에서 더욱 분주하게 먹잇감을 찾느라 추운 날씨도 잊은 듯하다.
굴포천 끝자락에는 아직도 이런 시골스런 풍경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천변을 지날 때에는 한 번쯤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을 새하얗게 색칠했으면 하는 감성적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 눈이 내리면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는 강아지의 눈빛에 먼저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 별다른 장난감이 없었을 때 소복이 내린 눈은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 소재가 되었다.
소복이 내린 눈에 처음 발자국을 내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참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기도 했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은 기본이고 비료 포대에 짚을 넣어 만든 눈썰매를 타려고 온 산을 휘젓고 다니느라 아들들은 바지자락이 젖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우선 눈이 내리면 곧이어 지저분해질 도로가 걱정이 되고 얼어붙기 전에 얼른 치워야 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출퇴근길에 내리는 눈은 더더욱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올 2010년은 103년만의 대폭설로 시작되었다.
한꺼번에 내린 눈은 교통대란, 농작물 피해, 가옥파손 등 수많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남겼다. 눈은 반가운 손님이기보다는 두려운 존재였다.
지구촌 기상이변은 올 겨울에도 매서운 한파를 지구촌 곳곳에 몰고 와 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추석 전날 태풍 말라카스가 몰고 온 기습폭우는 수도권을 온통 침몰시키고 수몰된 지하실의 배수 작업을 하느라 추석연휴 내내 소방대원들과 관련 공무원들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고, 당장 생활의 터전과 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눈앞이 막막했다.
이제 다시 눈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이다. 갑자기 눈이 내린 길은 모두의 안전에 관련되는 사항이니만큼 관련법을 정비해서라도 내 집 앞 눈 치우기에 강제력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일단은 시민들의 자율적인 눈 치우기를 권고하고 홍보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졌다.
대신 수도권에 눈이 5㎝ 이상 쌓일 때 스노체인을 하지 않은 차량은 입체교차로와 고갯길 등지의 통행이 금지되고, 폭설 때 상습 정체가 일어나는 진입램프와 고가도로 등 취약지구 200곳을 선정해 장비장착 차량만 통행을 허가 하며, 수도권 지하철은 적설량이 8∼10㎝를 기록하면 동원 가능한 모든 차량을 운행해 배차간격을 줄이고 막차 시간은 1시간 늦추기로 하는 등의 대안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눈이 내렸을 때 일률적으로 염화칼슘을 살포하여 제설하는 방법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고속도로변 소나무의 사시사철 푸르던 잎이 누렇게 말라죽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눈이 쌓이기 전에 모두가 제설작업에 동참해서 거리를 쓸면 염화칼슘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눈이 내리면 내 집 앞을 지나는 이웃을 생각해 스스로 연탄재를 뿌리는 등 제설작업에 나선 주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눈이 내리면 원활한 교통흐름과 내 집 앞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내가 먼저 내 집 앞 눈을 치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며 올해는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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