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인천계양경찰서 효성지구대)
작년 한 해, 내게 가장 의미 있던 시간 중 하나가 바로 ‘출근길’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근길의 즐거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매일 걸어도 매일 달라 보이는 거리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출근길의 만물(萬物)들이 내겐 크나큰 선물이다.
어제도 그렇게 손을 호호 불며 출근길 버스에 올라타 따뜻함에 감사하며 차창 밖을 응시했다.
한참 지하철 공사 중인 곳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도 모자라 얼굴에 천을 칭칭 감은 채 일하는 인부들이 그날따라 눈에 띠었고 그 옆에 있는 여러 명의 인부들은 추운 듯 연신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하며 거리의 다른 것들을 보았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나뭇가지가 휘청거리고 그 아래 버스정류장의 사람들은 모자를 푸욱 덮어 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었다.
‘그렇게 추운가?’ 그 때까지도 얼마나 추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는 순간 “헉!”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칼바람 이었다. 창문 너머 보았던 과장된 몸짓의 인부들이며 정류장의 그들이 내겐 단순한 ‘볼거리’였고 그 너머에 있던 그들에겐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재미있는 이론이 생겼다. 일명 ‘창문 너머 이론’이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그저 보이는 것만 믿지 말자는 것이다.
창문 너머에 더욱 큰 산이 있으며 보이지 않는 그 무엇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경찰업무에서도 나만의 이 이론을 적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구대에 찾아오는 민원인의 행색이 볼품없거나 제 몸 가누기 힘든 주취자라고 하여 홀대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보이지 않는 사연들을 존중하고 최대한 배려해 따뜻함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또한 걸려오는 신고 전화에도 그들이 경찰관에게 못 다한 이야기 까지도 예상하며 경청 하는 것이야 말로 주민들이 원하는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창문 너머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무한한 공간에서 가장 멀리,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그들의 희망을 그려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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