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사건과 공정한 수사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1-05-31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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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옥(인천부평경찰서 과학수사팀장)
안홍옥(인천부평경찰서 과학수사팀장)
반백의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 한분이 취객으로부터 큰 봉변을 당하고 억울하여 112에 신고 했다가 쌍방 피의자로 입건되었다.
사연은 이렇다. 새벽 4시경 근무교대 시간이 다되어 마감시간쯤에 젊은 취객 한사람이 다짜고짜 택시에 타더니 자기가 가자는 대로 가자고 하자 “교대시간이 다되어 운행 할 수 없으니 양해 하고 다른 택시를 타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뻘 되는 기사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심한 욕을 하며 손찌검까지 한 뒤 도망치려 하자.
연세 드신 기사님은 졸지에 아들 뻘 되는 젊은이한테 봉변을 당한 것이 억울하여 112에 신고한 뒤 상대의 허리춤을 붙잡고 “경찰이 올 때까지 같이 있자”고 하자 상대가 심하게 반항하며 상호 실랑이가 벌어졌고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은 택시기사를 폭행한 젊은이를 폭행 가해자로 입건하려 했지만 젊은이가 “서로 멱살을 잡고 밀고 당기는 등의 폭력행사가 있었고 나도 맞았다” 며 쌍방폭행 사건으로 처리 할 것을 강력히 주장함으로 경찰관은 상호주장을 존중하여 쌍방 폭행혐의로 입건하여 경찰서로 일단 동행하였다.
억울함을 꾹꾹 참고 동행 되어온 기사님은 경찰서 형사는 전문 수사관이니까 당연히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 주리라 기대 했지만 끝내 더 큰 실망을 안고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서 담당 형사도 “억울한 것은 이해 하지만「법대로」쌍방처리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나중에 검찰에 가서 사정 해 보라“ 며 이해 해 달라고 함으로 어쩔 수 없이 더 이상의 항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이 택시 기사님은 벌금 30만원의 통지서를 받고 망연자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사건의 경우 어쩌다 운이 좋으면 검사의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으로 억울함이 해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 국민은 “역시 검찰은 경찰보다 수사능력이 한수 위다.” 라며 경찰은 불신하고 검찰을 더 신뢰하게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와 같은 경우는 흔히 있는 사례였다. 심지어 싸움을 말리다 쌍방피의자로 입건되는 사례도 있었다. 국민들은 경찰의 수사에 당연히 불만을 가졌을 것이고 담당형사를 소신 없고 불공정하다고 비난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입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위와 같은 경우 최초 쌍방 입건 해온 사건을 사실관계를 엄격히 규명하고 인과관계를 밝혀 소신 있게 처리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심야에 아버지뻘 되는 기사님 얼굴에 침을 뱉고 때릴 정도의 근성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담당경찰관을 상대로 “담당형사가 편파처리 했다. 내 얘기는 안 들어주고 상대만 일방적으로 편드는 수사를 했다.” 는 등의 억지 성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을 제기 하지 않는다 해도 주취자로부터 편파처리 한다며 술이 깰 때까지 밤새도록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단 민원이 제기 되면 담당형사는 자체 감찰조사를 받게 되고 별 잘못이 없어도 “품위위반” 이라는 불명예를 안기 일쑤다 보니 그냥 쉽고 무난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소신껏 불 입건 처리해도 검찰이나 법원에서 인정치 않고 뒤집히는 경우, 법정에 불려 다니는 등 또 한번의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러면 경찰 수사의 신뢰성에 또 한 번의 문제가 생긴다.
경찰은 국민중심의 행정 시책 일환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그런 모순점을 해결하고자 금년 초부터 쌍방입건 관행의 개선을 위해 불입건의 범위를 정한 실무 지침인 ”폭력사건 처리 매뉴얼“을 제정하여 소신껏 일하고자 하는 일선 형사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마련 해주고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개선 방안의 핵심은 폭력 행사의 원인제공자나 선제공격자가 누구인지와 그 정도를 따져 상대방의 폭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폭행은 정당방위나 정당 행위로 불 입건 처리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찰은 쌍방폭행사건의 경우 정당방위를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그동안 “법대로 집행”의 폐단을 과감히 수정하여 무고한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냄으로써 정의롭고 공정한 수사, 현장 중심의 수사가 되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경찰이 되도록 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민들도 경찰이 경찰자체의 수사편의 보다 국민위주, 현장중심의 정책을 펴고자하는 노력을 이해하고 현장 목격자의 신속하고 용기 있는 신고와 사실대로의 진술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억울한 전과자가 나
오지 않도록 하고, 당사자는 경찰과 함께 적극적인 자기방어에 나서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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