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한 검은 유혹의 목소리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1-06-06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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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인천남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안형준(인천남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지구대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해 보였으며 통장 거래내역을 보여주는 손길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명의로 9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전 중 잠결에 전화를 받았는데 계좌 명의가 도용되어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한다고 하여 자신의 인적사항과 비밀번호를 상대방에게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은 금융당국을 사칭하며 그 아주머니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통장으로 입금되자마자 예정된 대로 미리 마련한 대포통장으로 계좌이체를 시킨 후 그 돈을 인출해간 것이다.
이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관의 입장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 돈은 막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였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불감증을 버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 어느 동네의 할머니부터 대학교수까지 그 피해자는 다양하며,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긴가민가하면서도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
알면서도 당하는 이른바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이미 상대방은 당신을 속이기로 마음먹고 접근하기 때문이며 그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어 금융기관 사칭형, 자녀 유괴형, 경찰 사칭형 등 수십 가지에 이르고 있고, 특히 위의 사례는 카드론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이에 따라서 경찰에서도 예방만이 최선책이라는 판단 하에 ‘전화사기주의’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서도 은행권을 통합하여 손쉽게 지급정지요청을 할 수 있는 자동응답서비스(ARS) 대표번호를 만들 예정이며, 피해금 환급절차의 간소화를 위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른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법)이 올해 9월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이를 예방하여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지켜내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전화상으로는 절대 알려주지 말자”는 것을 명심하고 각자의 부모님들에게도 상기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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