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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수(인천남부서 학동지구대)
가출청소년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지는 사실상 언론에서는 그 분위기를 알기란 쉽지가 않다. 1시간짜리 뉴스에서 시청률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금의 보도국을 감안하면 ‘가출’은 그리 재밌거나 새삼스러운 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은 더더욱 가출청소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가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우리네 경찰서나 지구대 경찰관들 밖에 모를 수 밖에 없다.
범죄도 유행이 있는 것처럼 가출에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유행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야 가출이라고하면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지금의 현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구대에서 상황근무를 하고 있다 보면 하루 걸러 1건 이상의 가출 신고를 하러오는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들의 가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가출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하루는 자그마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70세는 족히 넘어보이는 그 할머니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7명이 담배를 사러 왔다가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하니까 30분채 슈퍼앞에서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며 겁이나서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구대로 데리고와서 담배를 사려고 했던 경위를 직접 글로 적어라고 했고 내용은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대로였다. 나 자신이 놀라운건 이제 이러한 아이들의 비행은 그리 놀랍지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작성한 자필서를 걷고서 부모들에게 연락을 했고 1시간여 지나자 아이들의 부모들이 지구대로 모여들었다. 어떤 아버지는 아이를 보자마자 손과 발을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고 어떤 엄마는 ‘내가 못살아’ 라고 시작해서 ‘차라리 집을 나가버려라“라고까지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부모들 중에 어느 누구도 아이의 행동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부모는 없었다. 그리고 난 아이의 목덜미를 잡고서 끌고가는 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가출은 범죄를 양산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지금의 가출청소년들은 자신이 가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너무도 쉽게 범죄에 유혹을 받고 또 가출청소년의 절반이상은 청소년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결국 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서 올바른 청소년의 정서를 접하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나를 비롯하여 누구나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들의 공간이고, 나를 이해해주는 공간, 나를 사랑해주는 공간, 내가 집에서 사랑받는 아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는 공간이다. .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인천지역 112신고 건수가 1일평균 1,762건에 이른 반면 이 중 순수하게 가출청소년이 걱정이 되어 신고하는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112신고는 절대적으로 개인 이익을 위해서 신고를 하고 있다. 다시말해 당구장이든 술집이든 혹은 모텔이나 유흥가 지역에서 아이들이 늦은시간 배회하고 있어도 당장에 나 자신에게 피해가 없기 때문에 일부러 신고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가출문제는 부모와 이를 처리하는 경찰만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에 걸쳐있는 모든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한다. 아이들의 범죄가 이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것은 새삼스러운이 아니게 된 것처럼 앞으로는 우리가 청소년 가출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위험하고 범죄에 노출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옛말에 “호랑이 애비에 개아들 없다” 고 했다. 나는 감히 경찰관으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애비로서 나와 같은 부모님들께 묻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당구를 쳐본적이 있는 지, 아이와 같이 스타크래프트를 해본적은 있는 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 지, ‘소시’, ‘카라’가 누구인지를 과연 알고 있는 지 말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는 너무도 우리 기준에서 어른들만의 언어와 어조로 아이들을 내몰았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린 이제 부모로써 아이들의 언어와 행동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아이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그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의 능력을 알아야 우리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분명 아이들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들이 노력해야하는 당연한 몫일 것이다. 나의 집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책임이 우리 부모에 있지 않을까...
글을 마칠 즈음 또 어떤 아주머니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아이의 사진을 쥔 채 지구대로 들어온다. “ 저기... 가출신고 하러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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