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그리고 설날

백희수 / / 기사승인 : 2012-01-10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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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해영(인천남부경찰서 정보보안과)
길게 늘어진 고드름만큼 겨울 속으로 한참을 들어 왔나보다. 이제 몇일 있으면 설날이다. 특별 방범활동 기간인 설날이 우리 경찰에게 반가운 날인지는 조금 생각하게 하지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는 가슴 뛰게 하는 정말 반가운 날이다. 어디 아이들 뿐 이겠는가. 모든 이들이 다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나누는 명절인데, 어찌 이 날이 반갑지 않겠는가.
‘설’이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이 되었는지는 정확치 않다고 한다.

설날은 정월 초하룻날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원단(元旦)ㆍ세초(歲初)ㆍ연두(年頭)ㆍ연시(年始)라고도 하고, 근대에 와서는 양력설인 신정(新正)의 상대적 개념인 구정(舊正)이라고도 불려왔다. 중국 역사서에 신라시대 설날의 관습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을 보면, ‘설’ 명절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함께 계속되어 왔던 것 같다.

그 오랜 전통 속에서 사람들은 설날하면 흰 떡국, 세배,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떠올릴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을 먹으며 도란도란 덕담을 나누고, 어른께 세배하며 어눌한 말투로 새해 인사하는 색동옷의 어린 아이들... 생각하면 할수록 설날은 우리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정말 고맙고 즐겁고 아름다운 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즐거울 당연한 권리가 있는 그 설날에도, 우리 주변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중, 2만이 넘는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즉 탈북자들에게는 그 날이 한없이 야속한 날이 될 것이다. 평소 이들을 위해 건강, 법률, 각종 정착 멘토링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경찰과 관련 기관이 있다 해도, 이곳에서 맞이하는 이들의 설날 아침은, 북한에서 견뎌야 했던 그 어떤 추위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운 아침이 될 것이다. 갈수 없는 고향에 부모와 가족을 두고 쓰린 가슴으로 맞이할 이들의 설날에, 우리 사회 같은 구성원으로 많은 관심과 따뜻한 정성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요즘 TV 방송을 보면, 중국 춘절에 즈음하여 길게 늘어서 열차표를 구하고, 2~3일씩 걸리는 대륙횡단을 마다않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도 이제 설날 귀성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넘쳐나고, 버스 터미널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가득 찰 것이다. 그 힘든 여정을 마다않고 집을 나서면서도 그들은 마냥 즐겁다. 귀소본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행복한 귀향, 어찌 그 대열에 탈북자라고 예외이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번 설날에도 이들은 귀향 대열에서 멀리 떨어져 그저 바라만 보아야한다.

여기까지 목숨을 담보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통일되어 고향의 가족을 찾기까지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기다림 동안 이들의 ‘가족’ 과 ‘고향’으로 지지와 응원이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그래야 언젠가 만나게 될 이들의 가족에게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다. 임진년 설날, 우리의 관심과 온정이 하나 되어 가족을 향한 이들의 귀향길이 하루라도 빨라지기를 새해 소망으로 함께 기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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