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기본노선 잘못”

이영란 기자 / / 기사승인 : 2012-03-20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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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MB노믹스’ 성적표 처참”

[시민일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이 자자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사진)가 20일 이른바 ‘MB노믹스’에 대해 “성적표가 처참하다”며 “기본적인 노선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진행된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주의개혁, 이런 것들이 양극화를 불러오고 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얘기를 꾸준하게 해왔는데, 이명박 정부 때 와서 그걸 증폭을 시켰다. 더 극단적인 형태로 추진을 했다. 우리가 지난 15년 동안 달려온 길 자체가 지금 잘못돼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또 “박정희 체제를 청산한다 하면서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시장개혁을 추진해 왔는데 그 결과 성장도 잘 안 되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고용은 불안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에 이르는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 왔다”며 “이제는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경제정책 구조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특히 장 교수는 야권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지금 야권에서 말한 경제민주화라는 게 핵심은 재벌의 약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재벌총수가문의 힘을 약화시켜야 된다는 건데, 그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권의 논리는 재벌총수가문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소액주주권을 강화하고, 주식시장 힘을 더 강화시켜야 된다는 것”이라며 “3%~4%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기업을 좌지우지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는 1인 1표지만 시장은 기본적으로 1인 1원 1표다. 그 논리를 가지고 통제한다는 건 민주화라고 할 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벌 해체론’에 대해서도 “지금 체제에서 재벌을 해체한다면 결국 외국 금융자본이 그걸 가져간다는 얘기”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교수는 “재벌이라는 게 소위 경제민주화 말씀하시는 분들 말대로 총수일가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또 그분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주주 것도 아니다. 재벌이라는 게 국민들이 옛날부터 비싼 물건 억지로 사가면서 키워준 기업인데 재벌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재벌들에게 일정정도 금융시장 규제의 완화라든가 경영권 보호를 통해서 주식시장 단기주의 압력을 줄여주면서 재벌들한테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투자 더 많이 하게하고 일자리 많이 만들게 하고, 그 다음에 세금 더 많이 내게 해서 복지국가 만들자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그 재벌 일가들이 밉다고 그 사람들을 구박하기 위해서 미국 금융자본, 영국 금융자본, 사우디의 금융자본이 와서 그 사람들 통제해달라는 건 국민경제에 좋은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치권이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복지담론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보는데 그 논의가 비생산적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무상급식, 이렇게 얘기하는데 물론 편의상 그런 용어를 쓸 순 있지만 이게 ‘공짜’라는 생각주면 안 되는 거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부가가치세는 다 내는데, 그 애들이 학교에서 당장 돈 안 내고 밥 먹는다고 그게 공짜 아니다. 그리고 또 반대쪽에서는 왜 이건희 회장 손자까지 세금으로 밥 먹어야 되느냐, 이거 부자복지다 하는데 그거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다른 사람보다 세금 몇 백배 내기 때문에 그 손자는 사실 몇 백배 돈 내고 같은 밥 먹는 것”이라며 “완전 흑백으로 나눌 수 있는 거 아니다. 아무리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성형수술까지 복지제도를 통해서 대주자고 안 하고, 아무리 선별적 복지 주장하는 사람도 초등학교마저도 의무교육을 안 하고 다 자기 돈 내고 다니게 하자고 안 한다. 그러니까 충분히 얘기를 하면 그 가운데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자꾸 이데올로기 싸움이 돼가지고 너는 보편, 나는 선별, 너는 무상복지, 나는 부자복지, 이런 식으로 돼 버리니까 생산적 논쟁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복지에 많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게 ‘왜 돈 많은 사람한테 돈 뺏어다가 가난한 사람한테 나눠 주냐’ 이런 식으로 많이 보시는데 그건 미국식의 선별적 복지다. 누진세를 내서 돈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생활이 아주 어려운 사람들 밥 먹여주자, 이런 차원의 복지이기 때문에 분명히 거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복지의 개념을 바꿔야 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세금을 정부에서 뺏어가는 게 아니라 복지를 위해서 내는 세금은 우리가 공동구매하는 자금으로 봐야 된다”며 “육아, 교육, 병원, 노후 등 누구나 맞을 수 있는 그런 위험에 대비해 사회보험을 공동구매하는 거다. 우리들이 지금 공동구매할 때 돈 내고서 이거 아깝다, 이렇게 생각 안 한다. 왜냐하면 그걸 내고 받는 물건이 그 돈보다 가치가 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복지에 대한 세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다. 많이 내고 많이 받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 같이 공동구매를 함으로써 복지의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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