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씬스틸러 '호두엄마' 배민희를 만나다

온라인팀 / / 기사승인 : 2012-04-04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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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비중 작은 역 맡았지만 가장 많은 관심 받아"

4일까지 236만명이 본 멜로 스릴러 '화차'에서 여주인공 '선영'(김민희) 못잖게 많이 불리는 이름이 '호두 엄마'다.

달랑 두 신에 등장할 뿐이고, 캐릭터 이름도 따로 없다. '호두'라는 이름의 개 주인을 뜻하는 '호두 엄마'에 그치지만 스토리 전개상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배역이다. 호두엄마는 '조연 중의 조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두엄마는 배민희(33)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에 이름도 귀에 설지 않다. 고3때인 1997년 KBS 공채19기, 슈퍼탤런트 3기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2000년 KBS 여자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TV드라마에 안착해 아침, 일일, 주말 드라마에서 활약해왔다.

'화차'는 배민희의 영화 데뷔작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본다면 별다른 캐릭터명이 없는 것이 아쉬웠을 듯하다. 하지만 배민희는 바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영화가 제 첫 영화에요. 사실 그 동안 여러 드라마를 하면서 줄곧 주연이나 주조연(조연 중 비중이 높은 배력)만 맡아왔거든요. 농담처럼 말하고는 하지만 호두엄마가 제가 태어나서 해본 역할 중에서 가장 작은 역할이었죠. 호호호. 그런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비중은 작지만 사건 전개상 중요한 배역이라 관객들도 기억을 많이 해주시네요."

말문은 터졌다. "조금 나와도 좋았던 것은 모든 출연 배우들이 그랬듯이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워낙 컸기 때문이에요. 우연히 술자리에서 감독님을 처음 뵈었는데 보자마자 이번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인사치레이거니 했는데 얼마 뒤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고 통과해서 출연하게 됐죠."

TV 드라마에서야 베테랑이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내가 아무리 드라마에서 자리 잡은 배우라도 영화는 전혀 다른 분야이니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재미있고, 부담 없이 하려고 했죠.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도 잘해주시고, 조성하 선배, 이선균 선배들도 다 좋은 분들이셨구요. 무엇보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작품에 관해서, 캐릭터에 대해서 오랫동안 얘기하고, 준비하더라구요. 현장 분위기도 따뜻하고요. 물론 드라마도 드라마만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빡빡한 데다 작품 끝나면 다 뿔뿔이 흩어져 6개월만 지나도 볼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크랭크업을 한 뒤에도 서로 연락도 하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더라구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마음을 비우고 찍은 첫 영화가 히트하고 있으니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가 잘돼서 정말 좋아요. 영화 촬영 시작 전 배우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기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드라마는 흥행을 못해 본 배우인데 영화는 흥행되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 너무 기뻐요. 영화가 잘 되니 통 연락이 안 되던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와요. 영화를 많이 해온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자기들이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의 전체 관객 수보다 네가 한 영화 한 편 관객 수가 더 많다구요. 한동안 쉬다가 영화하려고 다시 연기를 시작한 것인데 잘돼서 너무 기뻐요."

'화차'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52)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꽉찬 시나리오,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1분 1초도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밀도높은 변영주(46) 감독의 연출, 김민희(30) 이선균(37) 조성하(46) 등 주연과 배민희, 최덕문(42), 이희준(33) 등 조연까지 배우들의 차원 높은 연기….

배민희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배민희가 타고난 '천운'도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실제로 배민희는 재능과 함께 천운도 타고난 배우다. 중학교 때 우연히 어머니 친구 남편인 사진가의 모델로 나섰다가 일약 CF요정으로 떠올랐다. 1주에 3~4개 브랜드를 찍었다. 당시 동갑내기 아역 탤런트 정준, 채림 등이 CF 출연료로 300만원 이상 받을 때 일반 CF모델은 30만원 선이었다. 그런데 배민희는 150만~2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탤런트가 아닌 전문 모델로서는 특급대우였던 셈이다. 롯데삼강(찰떡 아이스), 피자헛, 화장품 브랜드 등이 배민희를 모셨다.

"화장하고 몇 시간만 놀듯이 일하면 큰 돈을 버는 게 재미있었어요. 아마 당시 제 수입이 아버지보다 많았을지도 몰라요. 아니 지금 수입보다 그때 더 벌었죠. 그런데, 그 돈 다 어디 간거죠? 호호호."

배민희는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우연히 연극과 뮤지컬을 본 뒤 배우로 진로를 정했다.

"배우가 되려면 공채 탤런트가 되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3때 교복 입고 KBS 공채 시험을 봤죠. 그때 KBS에서는 내부 회의까지 했대요. 미성년자를 뽑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요. 다행히 시청자 인기상까지 받으면서 당당히 합격했지만 드라마 국장님의 엄명으로 언니 오빠들 예쁜 옷 입고 KBS 출근할 때 저는 교복 입고 다녔죠. 동기가 강성진, 박정철 오빠였어요. 그리고 내친 김에 수능시험 준비도 마음 먹고 하니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당당히 합격하더군요. 대학원도 나왔구요. 연기에 뜻이 없던 아이가 10년 넘게 연기를 하고, 대학에 욕심 없던 아이가 대학원까지 나오고요."

이런 것이 천운이 아니라면 무엇이 천운일까. 물론, 배민희의 지난 세월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2000년에 배민희와 신인상을 함께 받으며 샛별로 따오른 탤런트가 여자 김효진(28), 남자는 박광현(35) 주진모(38)였다. 모두들 흔히 말하는 '스타'다. 그런데 배민희는….

"우리 영화에서 (김)별이가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몇 년째 기대주라구요. 그래서 나도 20대 때부터 그랬다고 했어요. 변명 같지만 저는 처음부터 '뜨고 싶다'는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다들 신기해 하는 것이 미니시리즈와 일일 드라마가 동시에 들어오면 그냥 재미있는 것을 골랐죠. 지금 기획사도 좋은 곳에서 같이 일하자고들 했는데도 안 갔구요.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와도 안 나갔구요. 데뷔 이래 계속 큰 역들만 해왔는데도 아줌마, 아저씨들은 저를 알지만 또래들은 저를 잘 몰라요. 그러니 스타가 될 턱이 있나요? 제 선택이었던 만큼 결코 후회는 없지만 앞으로는 달라지려고 해요."

배민희가 생각을 고쳐 먹게 된 데는 역시 '화차'의 영향이 컸다.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드라마는 기존에 제가 했던 작품들을 보고 캐스팅을 하는데 영화는 대사가 단 하나 뿐이더라도 오디션을 보거든요. 그런 것들 때문에 전에는 오디션을 본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이번에 막상 해보니까 오기도 생기고, 꼭 합격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더라구요. 때마침 좋은 둥지(열음 엔터테인먼트)도 생겼으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덤벼들려고 해요. 그런 제 각오를 알아주는지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계속 봐주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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