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매품과 선거권

김용인 / / 기사승인 : 2012-04-08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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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인(진도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모든 상품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으나 어쩌다 사은품의 경우나 기념품, 출판물의 경우 “비매품”으로 증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주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기쁨이 한 데 버무러져 그 값을 시가로 매기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나는 투표권의 경우에도 이러한 비매품의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값이 없는 대신에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명예가 담긴 것이 바로 선거권이며 1인 1표가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핵을 이루고있는 국민주권의 논리(투표권)는 우리의 경우 민주정치의 발달과정과 함께 그 가격(?)이 매우유동적이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혈연·지연에 얽매인 매표·몰표 경향은 불법·타락선거의 주류를 이루는 토양이 되었다.
그러나 1989년 4월 동해을 보궐선거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명실상부한 헌법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고, 문민정부 출범이 되는 1992년 12월18일 제14대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국민의 선거권이 서서히 『비매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데는 대체로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그래도 “인사”정도는 어떻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이 만나면 차 한 잔 마시고, 막걸리 한 잔 나누고, 담배 한 대 얻어 피우는 것은 일상 있는 일인데 후보자나 선거관계자로부터 음료수 한 병 얻어 마시고 집에 가는 택시비 정도 받는 것이야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있을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법과 양심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그리고 깨끗이 선거를 치루고자 하는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데 있다.
“그정도 돈도 없으면 출마를 하지 말아야지”하는 비아냥이 유권자로서 대접받지 못했다는 서운함 때문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고, 또 어느정도 이러한 현상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역사에서 “매관매직”을 부패의 가장 극심한 예로 배워왔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인이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지닌 영향력은 사실상 막강하기 때문에 아직도 촌민들에게는 선출직 공인도 하나의 ‘벼슬’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현대판 벼슬자리를 사고 판다면 누구든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쩎 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연설회장에서, 혹은 비밀리에 가가호호 방문(호별방문은 공직선거법에서 엄히 금하고 있음)을 통해 선거철에만 유권자로서 정중히(?) 모시겠다는 후보자에게 표를 준다면 선거 이후에는 정작 유권자로서 대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가 본의 아니게 화폐단위의 호칭에 있어서 몇백, 몇천억을 입에 자주 올리더니 지금은 우리가 세기도 힘든 ‘조’단위까지 민초들의 입에서 오르 내리다보니 그야말로 몇만원, 몇십만원은 껌값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중국의 우리 교포들은 목숨을 걸고 황해를건너 밀항을 하고,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은 불법체류 등을 하면서 하루 일당 몇만원을 벌기 위해서 숨어 지내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정당히 번 자기돈 몇 만원이 무척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공명선거 켐페인으로는 통하지않아 과태료부과나 포상금지급 등의 법조항을 만들었지만 유권자의 의식개혁 없이는 1년 365일 당당한 유권자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헙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 (미국보다 우월함)과 헌법사회가 구현되는 사회가 일류사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할 때 자연히 국민의 주권의식이 높아지고 더불어 공명선거의 기반이 탄탄히 구축 되어질 것이다.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들이 벌이는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기웃거리기 보다는 길거리의 개인유세장에서,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내준 선거공보와 후보자 정보공개자료, 우리주변에 첩부된 선거벽보를 통해 청렴성, 도덕성, 능력, 정책 등을 매섭게 저울질하는 바람직한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제19대 총선에서는 메니페스토를 통한 올바른 후보의 선택과 우리나라에 비매품 선거권이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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