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총국, 128년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권기호 / / 기사승인 : 2012-04-22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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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우정청 권기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옆에는 단청을 곱게 인 채 의연히 서있는 한옥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이다.
어제 4월 22일은 바로 이 우정총국이 역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날이다.
128년 전 4월 22일, 고종황제는 우정총국의 직제를 반포하고 홍영식을 초대 총판에 임명하여 법령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보통신 가족들은 1972부터 이날을 ‘체신의 날’, 1995년부터는 ‘정보통신의 날’로 이름을 바꿔 부르며 기념해오고 있다.
올해도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날’기념행사가 오늘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우정총국의 역사는 참으로 짧았다.
문을 연지 17일째 되던 12월 4일, 우정총국 개설 축하연회에서 갑신정변이 발발하고 우정총국은 우체국으로서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 뒤 우정총국은 우리 근대사의 곡절을 함께 겪었다.
1904년에는 애국단체인 보안회가 이곳에서 대규모 항일 대중집회를 열기도 했으며 일본에 통신권을 빼앗긴 1905년 이후에는 한어학교, 중동야학교, 경성 중앙우체국장 관사 등으로 사용됐다.
광복 후에는 개인주택이었다가 1956년 당시 체신부가 매입ㆍ관리해오던 중 1970년 10월 현존 최고의 궁외 건물인 동시에 애국운동 장소로서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사적 제213호로 지정되었다.
1972년 12월 4일 전면 중수하여 체신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1987년 5월 대대적인 보수공사 후 내부에 우정자료를 전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정총국을 보며 여기저기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수공사를 한 지 25년이나 흘러 전시틀, 물품의 배열 등이 방문객의 눈길을 끌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자주 들려왔다.
이제 우정총국이 128년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서울지방우정청은 지금 우정총국이 다시 우체국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건축물의 외형,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를 우체국 업무공간과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문을 열 계획이다.
우정총국이 명실 공히 128년의 시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이면 인사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담은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정총국 앞마당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우정총국이 다시 우체국으로 부활하는 날, 회화나무는 과거와 현재의 융합을 지켜보며 또 다른 100년을 꿈꾸게 될 것이다.
그날 역사의 현장에서 필자를 비롯한 우정가족 모두는 128년 전 외세로의 자주권 침탈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근대 우정의 도입을 건의한 홍영식 우정총판의 큰 뜻을 다시금 되새겨보려 한다.
또한, 궁중의 약방이었던 전의감터를 하사하면서까지 우편업무를 첫 도입한 고종 황제의 깊은 어의도 되짚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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